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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Jan 15. 2022

달이 보이지 않는 밤

대만 +day4 : 문버스 (타이베이)



문버스
Moon Bus
2016. 12. 28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는 오지 않았다. 정류장에 멈춘 건 100번뿐, 파란색 '문버스'였다. 기사 아저씨가 문을 열었고 나는 입을 벌렸다. 운전석에 앉은 그는 뱃살이 푸근한 곰돌이었다. 초콜릿 향 샴푸를 쓰는지 복슬거리는 털에서 갈색 윤기가 흘렀다. 입구에 돈통이 있었지만 요금은 받지 않았다. 무료로 탑승한 버스 안에는 의외로 빈자리가 많았다. 보름달을 품에 안은 꼬마아이 한 명이 유일한 손님이었다.

뒷자리가 편한 나는 통로를 비집고 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가림막이 쳐진 비밀스러운 공간에 빠졌다.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곳. 동화작가 ‘지미 리아오’의 작은 갤러리다. 벽에 걸린 그림에는 ‘달과 소년’의 이야기가 담겼다. 주인공은 아까 마주친 꼬마아이다. 밤이 내린 타이베이에는 달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 아이가 달을 훔쳐 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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