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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Jan 23. 2022

고마운 사람을 기억하는 일

대만 +day5 : 호미해의관 (단수이)



호미해의관
Huwei Mackay Hospital
2016. 12. 29


벽이 붉은 교회가 보이는 골목. 그 언저리에 창고처럼 생긴 건물이 하나 있다. 직사각형 구조로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외관은 투박하다. 문을 잡아당기면 케케묵은 먼지가 나릴지도 모른다. 실내에는 좀처럼 손에 닿지 않는 애물단지를 모아두었으려나. 바깥으로 불쑥 얼굴을 내민 할머니께 그곳의 이야기를 여쭈었다. 들어와도 좋다는 안내를 받았다.

겉보기와 다르게 아늑한 공간이었다. 담소를 나누기 좋은 너른 테이블이 중앙에 놓여있고, 벽면을 차지한 커피머신과 가지런히 정돈된 티백이 말끔해 보였다. 옆방으로 이어지는 통로에는 문이 달리지 않았다. 문턱도 없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벽난로가 설치된 방에서 인상이 서글서글한 흑백사진과 마주했다. 캐나다에서 온 선교사 ‘매카이’다. 형편이 어려운 마을에 병원과 학교를 짓고 이웃을 돌보았던 그다.

시선을 옮기는 곳곳에 매카이의 물건이 놓였다. 낡은 의료 기구며 노랗게 바랜 서적이며, 모두 손때 묻은 것들이다. 바깥에서 떠올렸던 애물단지는 없었다. 그러니까 이곳은 단순한 창고가 아니다. 단수이의 아버지로 살다간 이를 추모하는 공간이다. 잊혀진 이름은 ‘호미해의관’. 매카이의 병원이다.

귀퉁이에서 차를 따르는 소리가 들렸다. 티포트를 든 할머니 주위로 김이 서렸다. 포근히 달궈진 잔을 손에 쥐어주시는 할머니. 서투른 한국말로 ‘목사님 차’라고 알려주셨다. 페퍼민트향 끝에 달달한 꽃내음이 어렸다. 그리고 문득 매카이 생각이 났다. 옆방에 걸린 대만식 의복을 유니폼처럼 걸쳤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눌한 언어로 진료를 보았을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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