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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Jan 29. 2022

말할 수 있는 비밀

대만 +day5 : 진리대학교 (단수이)



진리대학교
Aletheia University
2016. 12. 29


걸어서 10분이 적당하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거리는 그만큼 가까우면서도 멀어야 한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친구에게 털어놓을 틈이 필요하니까.

책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길에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을 기다렸다. 친구와 단둘이 남겨질 때면 이렇게 운을 떼곤 했다. ‘우리 반에 좋아하는 아이가 있어. 창가 자리에 앉은 그 애 말이야.’ 사랑 고백은 부끄러워도 비밀 고백은 낯가림이 없었다. 어쩌다 할 얘기가 길어지면 지나온 길을 돌아가는 것도 즐거웠지.

졸업하기 전까지 나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소매 끝이 시커먼 연필 자국으로 얼룩진 어떤 아이를 생각했다. 매카이가 지은 학교 가는 길. 교복 입은 아이들이 재잘거린다. 요즘 내가 걷는 길에는 사라진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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