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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Mar 01. 2022

여름의 밤을 날아서

태국 +day1 : 수완나품공항 (방콕)



수완나품공항
Suvarnabhumi Airport
2017. 11. 30


창이 온통 캄캄했다. 바깥으로 밤하늘이 비켜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고 길을 걷는 기분이랄까. 방콕으로 나아가는 기체의 흔들림에 몸을 기대었다.

서울을 떠나기 전날 밤, 이웃에게 고양이를 맡겼다. 녀석을 집으로 들인지 한 달을 넘기지 않아서다. 집사라고 말하기엔 아직은 서먹한 사이. 더 친해질 시간이 필요한 와중에 곁을 비우는 며칠이 마음에 걸렸다. 다시 데리러 가는 날, 주인인 나를 알아봐 줄까. “다녀왔어” 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녀석이 “골골골” 하고 소리 내어주기를.

슬슬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몇 번을 졸다 깨어난 실눈으로 작은 불빛들이 번졌다. 자꾸 그리워하면 닮는다더니. 하늘에서 바라보는 땅이 그랬다. 밤거리를 따라 세워진 가로등이 별자리를 만들었다. 늦은 시간에도 켜진 불빛에는 길을 잘 찾아오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산에서 길을 잃어도 별을 볼 줄 안다면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 기억났다. 낯선 곳을 헤매일 때면 오늘 보았던 땅의 별자리를 떠올려야겠다. 어디라도 걸어갈 용기를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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