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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Jun 13. 2022

오아시스에서 나눈 점심

태국 +day4 : 왓 마헤용 (아유타야)



왓 마헤용
Wat Maheyong
2017. 12. 03


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 외딴곳에 덩그러니 나타난 유원지는 환상에 가까웠다. 숲길 양옆으로 줄지은 천막 아래 바글거리는 사람들. 고소한 냄새가 퍼지는 자리에서 앞치마를 두른 아주머니들이 음식을 지지고 볶았다.

어디선가 일회용 그릇을 들고 나타난 푸페는 이렇게 말했다. ‘노 머니’. 천막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이 무료였다. 손으로 갓 비벼낸 쏨땀과 닭 가슴살 위에 양념장을 두른 덮밥, 젤리와 과일을 조각내어 버무린 화채까지. 먹고 싶은 음식 앞에 줄을 서기만 하면 된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도 되려나. 사월 초파일, 매년 사찰에서 비빔밥을 나누는 우리네 풍습이 떠올랐다. 하얀 승려복을 걸친 무리들이 자꾸 눈에 띄어서 오늘이 어떤 날인지 더 궁금했다. 태국의 공휴일 달력을 뒤적거리다 내일이 ‘아버지의 날’이라는 걸 알았다. 국왕의 생일이다.

그늘이 진 자리에 신문지를 깔았다. 배식 받은 음식을 차려 놓고 푸페네 가족과 빙 둘러앉았다. 엄마와 동행했던 초등학교 1학년 봄 소풍 날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날도 유원지에 녹음이 우거지고 나른한 바람이 나무를 흔들었다. 푸페를 따라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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