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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Mar 11. 2024

700년이 흐른 액자식 정원 앞에서

교토부 +day5 : 오하라 호센인



호센인
Hosenin
2022. 12. 12


사찰의 기둥을 프레임 삼아 그 너머로 펼쳐진 정원은 액자에 담긴 작품이나 다름없었다. 중앙에 심긴 소나무의 부피가 700년의 세월만큼 웅장해서 첫눈에 압도 당했다. 단풍을 기대하고 ‘호센인’을 찾았지만 여행 책자에 담겼던 붉은빛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대신 푸르스름한 이끼와 녹음이 정원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어 허전한 구석이 없었다.

따사로운 볕이 서늘한 공기를 가르자 가을, 겨울을 지나 초봄에 와있는 듯했다. 사찰 정중앙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멍하니 정원을 바라봤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시야는 정원으로 가득 찼고 공기에 배인 자연의 향이 내면을 파고들었다. 마치 빈 그릇이 된 기분이랄까. 산에서 자란 나물들을 그릇에 올리듯 생기 어린 숨을 한 줄기 한 줄기 삼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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