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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Aug 05. 2016

여행에서는 먹는 거야!

2012. 라오스 ::: 방비엥

#1. 못된 음식 - 고래군


 그녀의 말에 의하면 방비엥은 원래 작은 마을이었지만, 라오스에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커진 도시라고 한다. 여러 가지 익스트림 스포츠, 예를 들어 튜빙이나 모터바이크 등의 관광산업이 이 장소를 규정하는 모습들인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곳 사람들은 하루를 일상으로, 삶으로 살아가고 있을 거야. 사실은 그게 진짜 이 도시의 모습일 테지만, 나에게는 쉽게 보여주지 않을 단면이기도 하겠지.


 우리가 짐을 내려놓은 승아룬게스트하우스는 검색한 블로그의 설명에 의하면 주인아저씨 딸내미가 아주 예쁜 숙소라고 한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치킨집은 한국 사람이 한다고 한다. 길가에 있는 건물은 1층은 카운터 겸 주인아저씨 집의 거실이다. 2층은 아마 살림집이겠지. 여행객의 숙소는 그 뒤편에 있었다.


 우리는 주인아저씨의 예쁜(?) 딸내미의 안내를 받아 에어컨이 있는 2층에 짐을 풀었다. 방은 깨끗했고, 숙박비는 루앙보다 더 낮은 가격을 받아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배낭을 내려놓자마자 그녀가 내게 말했다.


“나 배고파!”

“나도 배고파! 뭐 먹지?”

“뭐든. 일단 나가봐야지 뭐.”


 우린 함께 허기를 짊어지고 숙소 건너편의 한 음식점에 앉았다. 그곳은 원두막을 길가에 두어 개 설치해놓고 그 위에 테이블을 놓은 식당이었는데, 이미 한 팀이 한 원두막을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우린 메뉴판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먼저 와있는 사람들 중에 한국 사람들이 섞여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득 그 언어를 내가 알아듣기 때문에 시끄럽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모르는 언어였다면 오히려 지나치는 바람소리와 함께 흘러가지 않았을까? 어쨌든 우린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보다 도시 안쪽으로 이동해 커다란 식당에 앉았다.


“오빠 메뉴 봐! 햄버거랑 스테이크도 있어!”

“어? 진짜네? 라오스에서 이런 것도 파는구나. 신기하다.”

“우리 이거 먹어볼까요? 오랜만에 못된 음식 한 번 먹어볼까?”


 갑자기 우리는 한없이 들떠버렸다. 그동안 쌀국수나 죽, 아니면 바게트 샌드위치로 연명해왔기 때문일까, 갑자기 트랜스지방의 아름다운 유혹이 눈앞에 펼쳐지자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네. 그동안 건강식만 먹어왔던 거네 우리. 그럼 못된 음식 먹어볼까?”


그녀는 웃으며 내게 말했다.


“못된 음식 먹어보는 거지!”







#2. 삼겹살이라며! 맛없어 속았어 - 고래군


 못된 음식을 즐겁게 먹다가 문득 길을 바라보았다. 식당 앞 길은 꽤 넓은 비포장 도로였고, 길 건너편에는 바게트 샌드위치를 파는 가판이 하나 있었다. 그 길을 수영복을 입고 튜브를 손에 들고는 흠뻑 젖은 채로 웃으며 걸어가는 외국인들. 그 사이로 지팡이를 짚고 걷는 작은 체구의 한 할머니가 눈길을 끈다. 이곳에 사는 분이겠지.


 그런데 잠시 후 다시 길을 들여다보니, 그 할머니가 커다란 체구의 백인 남자 둘을 붙잡고 훈계를 하기 시작했다. 어어 혹시 쟤들이 행패 부리면 어떻게 하지?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남자애들이 갑자기 두 손을 앞에 공손히 모으고 할머니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자기 어깨에도 못 미치는 작은 할머니가 그토록 무서웠을까? 눈도 못 마주치고 고개를 숙인 채로 할머니 앞에 공손히 서있기만 할 뿐이었다. 할머니는 아마도 너무 시끄럽게 떠든다고 혼내시는 것 같았다. 아니면 쟤들이 길에 쓰레기를 버렸을 수도 있겠지. 멋진 할머니네. 


 그녀가 내게 나누어준 햄버거와 남은 감자튀김을 먹고 보니 여기저기 모기에 물려버렸다. 뒤늦게 바르는 모기약을 팔다리에 덕지덕지 바르고는 그녀와 함께 다시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갈 때는 길도 익힐 겸 맥주도 살 겸 일부러 조금 돌아갔다. 맥주 가격은 가게별로 천차만별. 몇 군데 들렀다가 우리가 선택한 곳은 숙소에 거의 다 와서 찾은 길가의 작은 가게였다. 진열한 물건도 거의 없는 작은 가게는 할머니와 한 아주머니가 함께 앉아있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가게가 아니었나 보다. 말은 전혀 통하지 않았고, 가격도 훨씬 저렴했던 것을 보면. 숙소에서 쉬다가 안주를 구하러 바깥으로 잠시 나왔다.


 우리가 정한 안주는 숙소를 검색할 때 함께 나왔던, 이른바 ‘라오스 맛집’이라고 누가 소개해놓은 길거리에서 파는 삼겹살 비슷한 고기 음식이었다. 그럴듯한 냄새에 양도 정말 넉넉하게 담아줘서 만족스럽게 싸들고 숙소로 돌아와 펼쳐놓고 맥주와 함께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참 그렇다. 질기고 딱딱하고, 그리고 꽤 맵다. 단맛이 섞인 매운맛이 아니라 그냥 맵다. 결국 그녀는 비상식량으로 배낭에 챙겨놓은 과자를 꺼내 안주를 삼았고, 나는 아쉬운 마음에 뒤적거리며 덜 딱딱한 것들만 골라 먹기 시작했다. 우리는 불평을 시작했다.


“역시 인터넷에 ‘맛집’이라고 하는 가게는 거의 대부분 맛없어.”

“그냥 불 위에 너무 오래 올려놓은 것 같아요. 나 도저히 못 먹겠어. 오빠도 그만 먹어요.”

“그래도 이건 안 딱딱하네. 잘 찾아보면 그래도 먹을 만한 것도 있어.”

“그래도 먹지 마요. 잘못하면 체해.”


 아쉬운 마음에 뒤적거리던 나는 고기 한 덩이를 다시 입에 넣었다.


“말 안 듣지! 그러다가 탈 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녀 말을 들을 걸 그랬다. 이번 것은 지금까지 입에 넣은 것 중 가장 질기고 딱딱하다. 이빨 사이마다 고기 조각이 끼고, 종국에는 잇몸까지 욱신거린다. 어지간하면 남기지 않고 다 먹는 나로서도 무리다 이건.


“그래도 처음에 조리 잘 되었을 때는 먹을 만했을 거 같아. 당신 말처럼 너무 오래 불 위에 올려놓고 졸인 것 같아. 어쩐지 남은 거 전부 담아줄 기세로 양을 너무 많이 주더라.”


 결국 남기고 음식을 버리는, 나로서는 한국에서도 안 하던 짓을 해버리고 말았다. 한없이 담아주던 아줌마가 갑자기 원망스러워진다. 그래도 맥주는 맛있어서 다행이다.







#3. 비어남콩 찾아 삼만리 - 미니양


 루앙에서 우연히 마시게 됐던 비어남콩이 생각나서 혹시 방비엥에서도 마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무작정 비어 남콩을 찾아 나섰다. 나도, 고래군도 비어라오와는 다른 비어남콩 맛에 묘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비어남콩은 비어라오보다 더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다.)



 비어남콩 마크가 있는 술집에 들어갔지만 비어남콩이 없단다. 하지만 난 그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아, 고래 군을 혼자 술집에 내버려둔 채 방비엥 시내 곳곳을 휘젓고 다녔다. 웬만한 가게를 다 들어가 봤지만, 어디에서도 비어남콩을 찾을 수가 없었다. 비까지 맞고 돌아다니다 결국 포기! 술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고래 군의 잔소리에 한참을 시달려야 했다. 밤인데 그렇게 혼자 무작정 오랫동안 다니면 어쩌냐느니, 적당히 찾고 돌아와야지, 걱정하는 사람 생각은 안 하냐느니... 잔소리를 엄청 싫어하는 나였지만 그 순간은 그냥 ‘깨갱’ 하는 수밖에. 입장 바꿔 생각하면 나도 고래군과 같은 마음이었을 테니까... 결국 비어라오와 감자튀김으로 간단하게 한 잔 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물론 2차로 마실 비어라오를 손에 쥔 채.

그리고 비어남콩을 찾는 나의 집념은 비엔티엔에서도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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