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개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몇 편의 리뷰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어떤 이는 “할리 퀸”의 매력에 반해버린 이야기를 하고, 또 어떤 이는 DC 코믹스와 마블(Marvel) 코믹스의 대결 구도로 이 영화에 주목하기도 한다.
우선 이 영화는 나쁜(?!) 영화의 틀에 담겨 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나쁜 영화의 틀에 담겨 있다. 표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리더는 미국의 군인 “릭 플래그 Rick Flag(요엘 킨나만 분)”이다. 미국의 지적이며 건강하고 근사한 백인이자 충성스러운 군인인 그가 신비스러운 이방인 속성까지도 지닌 여성을 획득하는 내러티브가 바로 이 영화의 중심(Mainstream)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고전적이기까지 한 이러한 이야기구조는 <타잔>을 연상시킨다. 우리의 강력한 백인 주인공 “타잔”이 충실한 노예 “치타와 야생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근사하고 갖고 싶기까지 한 “제인”이라는 여성을 획득하는 그 이야기 말이다. 타잔이 이름을 ‘릭 플래그’라고 개명한 다음 다시 대중들 앞에 나선 것이다.
그럼 “치타와 야생 동물들”은 어디 있냐고?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거의 전반부를 할애하다시피 분량을 할애하여 관객 또는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내용은 나쁜 사람들의 정보들이다. 그것도 그냥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이른바 슈퍼 빌런(Super Villain- 슈퍼 히어로들에게 대항하는 슈퍼 악당)들이다. 이들이 얼마나 분명하게 경계 바깥에 속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타잔>에서 ‘치타를 비롯한 야생 동물들’이 아프리카의 흑인종에 대한 은유라는 점을 떠올려본다면, 우리는 이 ‘귀여운 녀석들’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는 어떻게 변신했는가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 “데드샷 Deadshot(윌 스미스 분)”은 살인청부업자로, 이른바 ‘휴머니즘’ 이데올로기로부터 분명하게 격리된 범죄자이다. 사람을 죽여서 돈을 벌기 때문이다. 게다가 흑인이다.
- “할리 퀸 HarleyQuinn(마고 로비 분)은 백인이지만 ‘여성’이며 광인이다. 심지어 그녀는 ‘조커’라는 남성 광인 악당의 페르조나(Persona)에 불과하다.
- “카타나 Katana(캐런 후쿠하라 분)”는 심지어 ‘여성’인 주제에 동양인이기까지 하다. 따라서 ‘당연스럽게도’ 타잔에게 더더욱 충성스러워야만 한다. 더군다나 칼과 대화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기까지 하다!!
- “엘 디아블로 El Diablo(제이 에르난데스 분)”는 우선 히스패닉인데다, 사람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악마 같은 형태로 변신하고, 나아가 그런 자신을 희생하기까지 한다.
- “캡틴 부메랑 Cpt. Boomerang(자이 코트니 분)”은 백인이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인이다. 대체로 호주 남성은 (악의에 찬 편견에 의하면) 더럽고 무례하며 언제나 술이나 약에 취해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캡틴 부메랑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는 분명 근사하고 세련된 미국의 백인과는 다른, 덜떨어진 부류인 것이다.
- “킬러 크록 Killer Croc(애디왈레이 애키누에이아그바제이 분)”은 뭐 작정하고 괴물(Monster) 그 자체.
- “슬립낫 Slipknot(애덤 비치 분)”은 시험 삼아 죽여 보는 실험용 동물 같다.
- “인챈트리스 Enchantress(카라 델러빈 분)”는 유럽의 중세 시기 ‘마녀’로 지목된 여성들이 부여받던 속성들을 결합했다. 이름처럼 ‘유혹적’이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지껄이고, 마법을 사용하면서, 악마와 정이나 피를 나눈 관계인 것이다. 따라서 (마치 화형에 처하듯) 제거해야만 비로소 ‘제인’이라는 트로피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통제 불가능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야생 동물들’이 타잔, 아니 “릭 플래그”의 자기 소유의 여성을 찾는 모험을 목숨 바쳐 돕는 이야기로 본다면,
분명 이 영화의 틀은 나쁘다.
그래서 어쩌면 이 영화는 착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우리의 타잔은 실상 별로 하는 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를 되돌아보면 무슨 이유인지 ‘릭 플래그’가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는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고, 실상 그가 세상을 구하는 모험에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죽음의 위협 아래 강제당하는 ‘치타와 야생동물들’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펼치는 고난과 모험에서 떨어져 나온 찌꺼기를 받아먹는 기생충처럼도 보인다.
물론 다음 시리즈가 어떤 이야기를 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쩌면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온갖 차별의 집약체인 <타잔> 이야기를 비아냥거리는 내러티브처럼도 보인다. 마치 유색인종, 여성, 호주 백인, 부랑자, 광인, 범죄자, 악당, 괴물 등 차별과 박해의 대상인 ‘슈퍼 빌런’들이 이렇게 말하는 착한 영화 말이다.
“그래서 너는 뭐가 그리 대단한 건데?”
사진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uT4ujjON6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