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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Feb 03. 2017

방콕의 네 번째 얼굴

2013. 태국 ::: 방콕

#1. 방콕에 대한 나의 욕심?!-미니양


 6년 만에 찾은 방콕의 네 번째 얼굴.

오랜만에 찾은 방콕은 낯설기도 익숙하기도 했지만, 낯섦은 이내 사라지고 익숙함만이 남았다.

다시 찾은 내게 방콕은 옛 추억들을 떠올려주었고,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다만 씁쓸한 한 가지가 있다면, 지난 세월만큼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방콕은 꽤나 화려하고 근사한 도시적인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었고, 그에 덧붙여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하지만 반대로 실망스러운 방콕의 얼굴들도 봐야만 했다.

어른들을 모시고 간 여행이라 평소와는 다르게 택시를 타게 되었는데, 운전기사들은 미터기를 켜지 않았다. 미터기를 켠 택시도 타봤지만 미터기의 요금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나서 더 이상 택시에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결국 난 택시에서 내렸고, 뚝뚝이를 흥정해서 목적지까지 갔다. 그 밖에도 관광객들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바가지요금을 씌우려고 하는 모습들을 보고 나니, 기분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말 그대로 호갱님이 된 것 같았다.


 6년이란 기간 동안 방콕은 화려함을 입었고, 정직함을 벗어가는 듯했다.

내 기억 속에 남아있던, 순박한 그들의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시간은 적지 않게 흘러갔고, 그들이 변한 만큼 나 역시 변했을 거다. 어쩌면 더 이상 예전의 방콕을 기대하는 것은 내 욕심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쉬지 않고 변해가는 것이니까.

세상도, 나도 변해가고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 말자고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2. 추억에 대한 나의 욕심?!-고래군


그녀가 그녀의 어머니와,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가 또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미니양이 어머니와 할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하는 동안, 홀로 여기에 남은 나는 모처럼 오랜만에 학교 앞에서 후배와 함께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에 찾은 학교 주변 상점가는 낯설기도 익숙하기도 했지만, 낯섦은 이내 사라지고 익숙함만이 남았다.

금세 옛 추억들을 떠올려주었고,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다만 씁쓸한 한 가지가 있다면, 지난 세월만큼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가난한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배려하는 메뉴판은, 이제 간신히 찾을 수 있는 보물처럼 드물게 발견된다. 대신 그 자리를 강탈한 온갖 프랜차이즈 매장들은 서로 화려한 자태를 뽐내느라 여념이 없다. "ㅇㅇ대 지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저 공간에서는 '그거 먹고 되겠어? 이것도 좀 먹어봐!' 하는 인정은 아무래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더 이상 내 추억 속의 '학교 앞 공간'은 없는 것인가 하는 씁쓸함은 이내 일종의 분노와도 같은 감정으로 변한다. 다행히 오래 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던 순대국집을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잔을 비우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몇 년이란 세월 동안 학교 앞은 화려함을 입었고, 정직함을 벗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사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때 그 모습을 이천년대가 시작되고도 십 수 년이 더 흘러버린 지금 찾는 것이 무리였을 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시간은 적지 않게 흘러갔고, 그들이 변한 만큼 나 역시 변했을 거다. 어쩌면 더 이상 예전의 학교 앞을 기대하는 것은 내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놓고 보면, 지금 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그들 각자만의 추억을 새로 만들고 있을 거다. 또 가만 생각해보면 나보다 더 먼저 학교 생활을 시작하고 마쳤던 사람들도 내가 가진 추억의 공간에 대해, 자기의 추억과 다르다고 탄식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쉬지 않고 변해가는 것이니까.

세상도, 나도 변해가고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 말자고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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