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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Dec 26. 2017

평소와는 다르게, 방콕에서 시간 보내기

2013. 태국 ::: 방콕

#1. 귀차니즘의 말로- 미니양


 이번 여행은 태국-미얀마-라오스까지 다녀올 생각이었다.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미얀마로 가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했다. 한국에서도 신청할 수 있었지만, 한남동까지 가는 그 길이 왜 그리도 귀찮았던 건지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방콕으로 날아왔다. '뭐 여차하면 미얀마는 다음에 가지'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방콕에서 비자를 신청할 수 있었고, 방콕에 있는 미얀마 대사관으로 갔다. 생각보다 사람도 많았고, 엄청 더웠고, 복사할 서류도 있어 쉽지만은 않았지만 사람들이 하는대로 눈칫껏 비자를 신청했다. 순서를 기다리면서 '그냥 한남동에서 신청할 껄'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어버린 귀차니즘의 말로. 미얀마에 가려면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큰 문제없이 비자를 신청했고, 3일 정도면 비자가 나온다고 했다. 꽤나 고생스러운 경험이었지만 그래도 타국에서 제3국의 비자신청 경험은 해볼만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볼리비아 비자도 페루에서 받게 된다.)






#2. 평소와는 다르게, 방콕에서 시간 보내기- 미니양


 방콕에서의 시간은 나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철저하게 할머니의 컨디션에 맞춰져 있었다. 건기가 한창인 방콕은 날씨가 너무 더웠다. 그렇기 때문에 고령의 할머니에게는 기껏해야 숙소 앞에 나가 식사를 하는 것, 또는 카오산 일대를 조금 걸어 다니시는 것이 최선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패키지 여행을 시켜드리는게 나았으려나 싶지만, 할머니는 그냥 우리 가족끼리 있는게 더 좋다고 하셨으니... 그래서 멀리 다니기보다는 좋아하는 음식을 사드리는 것으로 이번 여행의 컨셉을 맞췄다.


 방콕에서의 하루는, 혼자 떠난 여행이었다면 결코 가지 않았을 프랜차이즈 피자집에서 시작했다. 할머니가 피자를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침부터 시원한 곳에서 피자를 먹고, 길거리 팟타이 20그릇 값을 지불하고 나왔다. 그리고 숙소에 들어가 잠시 쉬었다, 다시 나와 점심을 먹는다. 당연히 또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시원한 (비싼) 곳. 그리고 카오산로드 여기저기를 조금 돌아다니다가 다시 휴식. 저녁은 택시를 타고 전망 좋은 루프탑 부페에 가거나, 야시장 음식을 숙소로 배달. 방콕에서의 하루하루는 이렇게 돌아갔다. 


 내 여행스타일과는 전혀 맞지 않았으나, 어른들을 모시고 여행할 때는 감수해야할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3. 어쨌든 걱정 속에서- 고래군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태국 여행을 마치고 나면, 어머니와 할머니를 한국으로 보내드리고 자기는 혼자 미얀마로 들어갔다가 나올 생각이란다. 그러고 보니 '미얀마'는 예전부터 들어왔던 이름이지만, 동시에 어디에 있는지 한 번도 알고 있었던 적이 없을만큼 낯선 이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이제 깨달았다. 낯설다는 것은, 다른 한 편으로는 두렵다는 의미기도 하다. 마치 이런 질문처럼 말이다.


 "그런데 거기 위험하지는 않아? 굳이 가봐야겠어?"

 "거기 독재국가라서 괜찮아.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 열 명 중에 하나가 사복경찰이래."


 당시 (2013년) 미얀마는 군부 독재국가라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치안이 안정되어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덕분에 이상한 의미로 안심이 되기는 했다. 낯설고, 그래서 걱정되는 것은 여전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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