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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Dec 28. 2017

방콕에 혼자 남겨진 나

2013. 태국 ::: 방콕

#1. 평소와 달라서, 특별해진 방콕 여행- 미니양


 멀리 다니지 못하는 할머니 덕분에, 이번 방콕 여행에서는 오히려 카오산로드 주변을 많이 알게 되었다. 사실 그 때까지 카오산로드 주변에서 내가 아는 볼거리라고는 오가며 봤던 작은 사원들이 전부였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서 그 외에도 볼거리가 꽤나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사원들을 비롯해, 태국 정통양식 건물이 지어진 공원에 미술전시까지. 카오산로드에서 멀리 떠나지 않고도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할머니, 엄마와 함께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장소들.


 사실 처음에는 카오산로드에만 묶여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짜증도 났었지만, 하루하루 지나가며 그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게 되었다. 할머니와 엄마는 방콕 여기저기를 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하셨다. 두 눈 가득 유명한 관광지의 모습들로 채우기보단, 사랑하는 이와의 추억을 가슴에 채우는 것이 더 즐거울 수 있다. 그런 걸 보면, 꼭 뭘 많이 보고, 많이 해야만 여행이 행복한 것 같진 않다. 다른 무엇보다도 삼대가 같이 여행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했던 방콕이었다.







#2. 혼자 남겨진 나- 미니양


 할머니와 엄마를 한국으로 보내드리던 날 아침, 난 감기가 옴팡지게 들었다. 덕분에 어르신들을 웃으며 배웅해드리지 못했다. 공항까지 모셔다 드리고, 돌아서서 숙소로 곧바로 돌아왔다. 나도 내일이면 미얀마로 날아가야 하기에 공항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할머니랑 엄마를 배웅하고, 여기저기 다녀야지 했던 나의 계획은 감기 덕분에 완전히 무너졌다. 몸이 무거워서 숙소 반경 1km 이상으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숙소 바깥으로 나가 겨우 길거리 국수 한 그릇을 하고, 국수값과 맞먹는 가격을 지불하고 비행기 e티켓을 출력하고 돌아온 게 하루의 전부였다. 미얀마, 라오스에서의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오늘은 그저 쉬며 충전을 해야 했다.

 

 하필이면 혼자 남겨졌을 때 아파서 괜시리 서러워지는 날. 


 비자받기부터 감기까지 겹쳐서 미얀마로 가기 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지만, 그래도 미얀마는 어떨지 많이 궁금하다. 새로이 가보는 국가라 긴장은 되지만 또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을 테니.







#3. 혼자 남겨진 나- 고래군


 그녀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한국으로 돌아오셨다. 곧바로 공항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감기기운이 있어서, 새로 잡은 숙소에 틀어박혀 쉬었다고 한다. 다음 날 만달레이로 향한다고 한다.


 지금 그녀는 어떤 기분일까. 낯선 곳에서 혼자 있음을 느끼는 그 시간은.


 마찬가지로 혼자 있지만, 낯설지 않은 곳이라서 혼자임을 느끼지 못하는 나의 시간과는 다를 것만은 분명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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