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한 달 살아보기
#1. 떠나요 둘이서 - 고래군
어제 하루를 온전히 쉰 덕분에, 오늘은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침대에 몸을 숨긴 동안, 그녀는 리스본 근교에 가깝게 다녀올 수 있는 곳들을 찾아본 모양이다.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오빠! 오늘 컨디션 괜찮아? 까스까이스 가자.”
“뭐? 어디?”
“우리 타임아웃 마켓 갔었잖아. 거기 길 건너편 기차역 기억나?”
“응, 기억 나요.”
“거기서 기차 타고 한 시간도 안 걸려! 차비도 2유로 정도밖에 안 들어!”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싱그러운 아우라(?) 덕분에, 나는 어느 새 그녀와 함께 소드레 역Cais do Sodré에 서 있다. 이 기차역은 바로 곁에 테주강 Rio Tejo을 오르내리는 배를 탈 수 있는 여객선 터미널(Terminal Fluvial Cais do Sodré)이 붙어있기도 하다.
매표소에서 티켓 두 장을 샀다. 그런데 이 티켓 어딘가 낯이 익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니, 예전에 리스본을 찾았을 때 사용했던 그 티켓이다. 이거 서울의 내 책상 서랍에 있을 텐데…. 아무튼 티켓을 끊고 플랫폼으로 그녀와 함께 들어서니, 열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하늘은 파란 햇살로 가득하다. 우리를 태운 열차가 출발하고, 머지않아 서쪽으로 바다가 나타났다.
#2. 바다와 하늘, 그리고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 미니양
까스까이스는 보통 신뜨라와 카보 다 호카와 묶어서 하루 만에 도는 코스라고 한다. 하지만 난 처음 신뜨라와 카보 다 호카를 갔을 때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던 곳이었다. 사실 그 당시에 까스까이스에는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가야 한다고 하니 가볼까 했던 곳이었고. 다시 리스본에 왔을 때도 가보자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지만, 이번에 길게 리스본에 머물다보니, 까스까이스라는 곳이 떠올랐다. 찾아보니, 한적한 휴양지란다. 한적하다! 이 말에 한 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리스본에서 기차로 40여분 달리자, 종점인 까스까이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빠! 도착했다!”
“응. 근데 우리 어디로 가?”
“몰라. 그냥 가보지, 뭐.”
“그래.”
늘 그렇듯 발길 닿는 대로 걷는다.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보기 힘든 풍경을 마주하며 커피를 마시고, 걷다가 배고파서 밥을 먹었고, 걷다가 해변이 나와서 발을 담갔고 다리가 아파 와서 잠깐 앉았다. 그리고 다시 걷는 길,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가 펼쳐지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걷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만났다. 그 곳이 바로 지옥의 입이 있는 곳이란다. 까스까이스에서 유명한 스팟이라는데, 사실 제주도같은 느낌이었달까? 사실 지옥의 입보단 그냥 거기까지 가는 그 길이 좋았다.
탁 트인 바다를 따라 걷는 그 길. 햇살이 강렬했지만, 여름의 그것처럼 따갑지는 않았고 땀이 날 정도로 덥지도 않은, 산책하기 딱 좋은 그런 날씨까지 도와주니 그야말로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