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한 달 살아보기
#1. 아프면 안 되는데 - 고래군
어제 밤 그녀와 함께 식사를 하며, ‘내일은 근교에 다녀오자’고 계획했더랬다. 신트라Sintra와 호까Cabo da Roca를 함께 다녀오면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계획은 모두 햇살 아래 녹아 사라져버렸다.
어제 밤부터 갑작스레 두통이 찾아왔다. 왼쪽 눈썹 위 이마 가운데부터 정수리 근처까지, 길다랗게 느껴지는 통증이 간헐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느껴보는 이 통증은 어쨌든 나도 모르게 표정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는 되었고, 곧 사라지겠지 싶었으나 결국 오늘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찾아왔다.
갑작스레 겁이 덜컥 났다. 혹시 큰 문제이면 어떡하지?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낯섦이 조금 가신 정도에 불과하다. 거기다 말도 잘 안 통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가뜩이나 가난하게 지내는 와중에 혹시라도 병원에 가야 할 일이면 어떡하지?
결국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했다.
“오빠 그거 편두통이야.”
“응? 편두통? 그거 관자놀이 쪽이 조금 지끈거리다 말고 그러는 거 아니야?”
“그것도 편두통이라고 부르기는 하는데…. 어쨌든 우리 엄마 종종 편두통 때문에 고생해서 잘 알아. 나도 가끔 그렇게 아픈데?”
“아 그래요?”
“응. 그거 진통제 먹고 하루 정도 지나면 괜찮아질 거에요. 나는 보통 많이 긴장하거나 피곤하면 편두통 오는데…. 으이그 이 동네가 그렇게 무서웠어요?”
편안한 미소와 농담으로 나를 달래주는 그녀 덕분에 나를 두렵게 만든 걱정은 덜어낼 수 있었다. 어쨌든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두통 덕분에 나는 식사를 마치고, 챙겨온 진통제를 하나 먹고 나서 다시 침대에 몸을 묻었다. 잘 쉬면 좀 더 빨리 나아질 거라는 그녀의 조언을 핑계 삼아 말이다.
사실 침대에 누우면서도, 나는 그다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눈을 감았다 떴는데, 어느덧 창밖으로 해가 서쪽으로 누우며 만드는 길다란 그림자들이 보였다. 어쩌면 나… 피곤했던 걸까?
#2. 그래, 이런 날도 필요하지 - 미니양
내가 너무 혹사 시켰던 것일까? 고래군에게 편두통이 찾아왔다. 편두통이 보통 스트레스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혹시 내가 너무 끌고 다녔던 것이 스트레스가 됐던 걸까? 사실 신뜨라와 카보 다 호카는 고래군이 가보고 싶다고 했던 곳이었다. 나야 이미 2008년에 다녀왔으니, 안가도 그만인 곳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신뜨라와 카보 다 호카를 가보자고 했던 날마다 무슨 일이 생겨 가지 못하게 된다. 여튼 아픈 고래군을 데리고 신뜨라와 카보 다 호카를 갈 수는 없었다. 아침을 먹고 나자, 고래군은 슬금슬금 소파에 눕는다. 침대에 가서 제대로 누워있으라고 했더니, 주섬주섬 침실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무슨 소리를 내도 깨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 동안 나는 동네 슈퍼라도 갈까 하다 나도 오늘 하루 쉬어보기로 했다. 노트북에 넣어온 드라마를 모처럼 보고, 누워서 게임도 하고, 책도 보고. 늘어지게 뒹굴거렸다. 늦은 오후까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고래군이 일어났다.
“나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아!”
“다행이네. 잘 쉬었으면 됐지, 뭐.”
그래, 가끔 이런 날도 필요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