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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Mar 11. 2017

[D+8] 건너편 언덕, 같은 리스본 다른 동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한 달 살아보기


#1. 이웃 동네 산책하기 - 고래군


 오늘 아침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창문을 통해 눈부신 햇살이 흩뿌려지는 풍경으로 시작한다. 강렬한 햇살과, 그리고 그 빛이 만들어내는 짙은 음영이 보여주는 정경이 이제는 ‘일상적’으로 느껴진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멀리 나가지 말기로 했다. 그렇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기도 싫다. 리스본에 오고 나서 어지간하면 하루에 10Km 이상을 걸어 다녔더니, 조금만 덜 걸어도 다리가 근질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우리 오늘 뭐 하지? 밖에 나가자.”

“오빠 오빠, 우리 여기 가보자.”

“여기가 어딘데?”

“바이루 알투 지역에 있는 카페인데, 구글에서 돌아다니다가 찾았어.”


 나가자는 내 말을 기다렸던 것처럼, 그녀는 곧바로 목적지를 제시했다. 그녀가 보여주는 사진들을 건성건성 보며 나는 길을 나설 준비를 했다.


“카페만 가?”

“그냥 그 동네 돌아다니고 그러는 거지 뭐.”


 그래. 루카치 식으로 말하자면, 이름도 복잡한 그 카페는 하늘의 별처럼 우리가 가는 길을 밝혀 주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갈 수 있고, 가야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기까지 하다. 그래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한 거다.


 낡고 작은 골목길로 언덕을 내려와, 우리는 이웃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알파마Alfama 꼭대기 근처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노라니, 확실히 이웃 언덕에 있는 이웃동네인 이곳 바이루 알투 지역은 비교적 훨씬 깔끔하고 잘 정돈된 느낌이 강하다. 뭐랄까… 우리 동네는 다소 가난하고 소박한 반면, 이곳은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활기차다고 하면 되려나?







#2. 탐나는 이웃 동네 카페 - 미니양


 아파트가 알파마 지구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반대편인 알투지구에는 잘 가게 되지 않았다. 내가 좋아라하는 치킨집(?) 말고는 바이루 알투지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냥 이 쪽도 쇼핑할 곳들이 많구나 이 정도? 비스타 알레그레, 큐티폴, 작은 쇼핑몰까지 모두 알투지구에 있으니. 그러다 구글맵에서 카페 한 곳을 발견했다. (현재 커피 쪽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커피에 대해 찾아보게 된다.) 이름은 Copenhagen Coffee Lab.


 보통 이 곳 리스본 카페에서는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데, 평소 커피를 진하게 마시는 우리 둘에게는 만족스러운 카페문화였다. 거기에다 부드러운 파스텔 데 나다까지 먹으면 그야말고 금상첨화. 하지만 아주 가끔 부드러운 라떼가 마시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이 곳에서는 라떼를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타벅스는 괜시리 가고 싶지가 않았으니까. 알투지구도 구경할 겸 라떼도 마실 겸 카페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카페 "브라질리아"는 이미 테라스까지 만석. 그 일대에는 항상 사람이 참 많다. 오래된 카페와 유명한 가게들이 많으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사람이 많고 번잡한 걸 싫어하는 우리 둘은 사람들 틈을 유유히 지나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사람도 없고, 관광객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관광지도 없는 평범한 골목으로 들어서자, 이제서야 숨이 좀 쉬어지는 느낌이었다. 파란 하늘을 지붕삼아 옆동네 산책하는 느낌으로 걸었다. 20분쯤 걸었을까? 깔끔한 느낌의 카페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내가 찾던 Copenhagen Coffee Lab.


 하얀색이 인상적인 깔끔한 느낌의 카페였다. 동네 사람들이 와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작업도 하는 그런 사랑방 같은 카페. 카페 주인 혼자 카페를 꾸려가느라 바빴지만, 어느 누구도 재촉하는 사람없이 주인장 그녀가 여유가 생길때까지 그냥 기다려준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플랫화이트 한 잔, 그리고 맛있어 보였던 바나나 브래드 하나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한국을 기준으로는 꽤 기다린 후에야 커피를 맛볼 수 있었는데, 함께 주문한 빵이 나오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카운터에 가서 말을 했겠지만, 여기서는 왠지 그냥 기다리고 싶었다. 커피를 몇 모금 한 후에 빵이 나왔는데, 두 개다. 주인장이 잊어버렸었다며, 미안하다고 두 개를 가져다 준 것이었다. 기분 좋은 배려로 우리는 빵 하나씩을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부드러운 플랫화이트와 견과류 가득했던 바나나 브래드,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다. 이 카페가 우리 아파트가 있는 알파마에 있었다면 매일 출근도장을 찍었을 것 같았다. 알투지구까지 매일 가는 것은 무리이겠지만,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다시 한 번 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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