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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Mar 09. 2017

[D+7] 동네에서만 놀기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한 달 살아보기


#1. 가끔은 쉬기도 합시다 - 고래군


 그러고 보면 리스본에 도착하고 나서,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제법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것 같다. 우리의 아이폰들이 알려준 바에 의하면, 대략 하루 평균 10Km 내외를 걸어서 돌아다녔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이제 휴식이 필요하다. 앞으로 지치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중간에 한 번씩 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라고, 여전히 하나도 지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그녀를 설득했다. 솔직히 그녀는 여행을 위해 어딘가에 가면, 정말 인간적으로 너무 잘 걷는다.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15Km 정도 걸어야, ‘오늘은 다리가 좀 아프네.’ 소리가 나올 지경이니….


 뭐 아무튼 그래서 그녀에게 오늘 우리는 집에서 푹 쉬기로 했다. 만약 날씨가 흐리다면 집에만 있자고. 물론 날씨가 좋을 것 같으니, 바깥에 나가더라도 윗동네(?)에서만 좀 돌아다니고 말자고 말이다.






#2. 동네 한 바퀴 - 고래군


 사실 내심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침대와 하나 되어 뒹굴다가, 좀 싫증나는 것 같으면 소파 위에 들러붙어도 보고 말이다. 나는 그걸 정말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파랗다. 정말 너무 파랗다. 그 지독하게 푸른 빛 때문에, 나는 눈치를 보다가 결국 그녀에게 먼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동네 한 바퀴 산책이나 할까? 날씨 너무 좋아서 집 안에만 있기는 좀 힘들다.”


 뭐 결국 그녀가 나가고 싶어질 것이 당연하고, 또 그 상황이 오면 나는 따라 가야 하는 것도 당연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냥 내가 먼저 박차고 나가기를 원하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우리가 햇살을 뚫고 도착한 곳은, 한 성당 앞 테라스에 있는 노천카페.







#3. 소소한 일상 보내기 - 미니양


 성당 앞 테라스에 있는 노천카페는 며칠 전 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에 고래군이 발견한 곳이다. 공사 중인 곳이 있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노천카페. 하지만 날이 좋아서일까? 노천카페에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볕도 좋고 하늘도 티 없이 푸르른 날이니,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르겠다. 커피 두 잔을 시켜놓고 리스본 풍경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 뭔가를 보지 않아도, 하지 않아도, 하루 정도 쉬어도 그것 또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여행스타일의 차이는 있으니까. 많이 걸어다니는 내가 고래군의 눈에는 에너자이저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쁘게 걸어다니는 것이 아닌, 그냥 느리게 걸으며, 산책을 하는 것. 그것이 나의 여행 방식 중의 하나이다. 반면에 고래군은 종종 소파와 한 몸이 되는 것을 즐긴다. 소파에 길게 누워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텍스트를 읽거나, 게임을 하는 모습이 고래군이 쉬고 있구나 라고 느끼게 되는 모습이다.


 나는 가끔은 고래군이 원하는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따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고래군은 영 그게 불편해보이는 눈치이다. 혼자 나가는 내 기분이 상할까, 나 혼자 밖에 내보내고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이래저래 걱정스러운 마음에 모든 것을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무 함께하려고만 하면 그것이 서로에게 버거워질 수도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서로에게 맞추다보면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습을 잃게 될 수도 있으니, 그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꽤나 오랜 시간 고래군과 함께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늘 대화할 거리가 생겨나고,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오늘처럼 손잡고 이야기 나누며 동네를 산책을 하는, 소소한 일상을 보낼 수 있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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