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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심야식당 2>

도시 구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석진 이야기

by 미니고래

극장판 <심야식당>의 두 번째 이야기가 한국을 찾아왔다. <심야식당2>(원제 <続・深夜食堂>)가 2017년 6월 8일 개봉한 것이다. 영화 <심야식당> 시리즈는 드라마 <심야식당深夜食堂>의 극장판에 해당한다. 이번 영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드라마보다 무엇인가 더욱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다. 바꿔 말하면 원작과 드라마의 주제 의식을 훼손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15년에 개봉했던 첫 번째 시리즈(원제 <深夜食堂>, 일본은 1월 개봉, 한국은 6월 개봉)와 마찬가지로 이번 이야기(원제 <続・深夜食堂>, 일본은 2016년 11월 개봉, 한국은 2017년 6월 개봉) 역시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분량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세 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었다. 심지어 전작이 일본에서 겨울에 개봉하고, 한국에서는 여름이 다 되어서 개봉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심야식당(深夜食堂), 구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석진 이야기


이번 시리즈의 소주제는 ①야키니쿠정식焼肉定式, ②야키우동焼うどん, ③톤지루정식豚汁定式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이라는 계절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영화의 에필로그에 눈이 내리며 독자 또는 관객으로 하여금 ‘겨울-지금’이라는 개념을 완성하게끔 만드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이 점이 조금 아쉬운 게, 한국은 줄곧 여름이 되어서야 개봉하고 있기 때문에 이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봄春, 야키니쿠정식焼肉定式

늦은 밤 사람들이 상복을 입고 식당에 하나 둘 모인다. 서로 다른 죽음을 애도하며 모인 사람들 틈으로 상복을 입고 있는 ‘노리코(카와이 아오바河井 青葉 분)’가 들어온다. 그러나 사실 그녀의 상복은 스트레스 발산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출판사 편집자인 그녀가 더 이상 상복을 입지 않게 만드는 어떤 중년 남성 ‘이시다(사토 코이치佐藤 浩市 분)’를 만나게 된다.


여름夏, 야키우동焼うどん

근처의 소바집을 꾸려나가는 ‘세이코(키무라 미도리코木村 緑子 분)’는 오래 전 남편을 잃고 홀로 아들 ‘세이타(이케마츠 소스케池松 壮亮 분)’를 키웠다. 가게에서 배달을 시작한 세이타는 어느 날 연상의 연인 ‘사오리(코지마 히지리小島 聖 분)’와 결혼을 선언한다.


가을秋, 톤지루정식豚汁定式

아들의 소식에 큰돈을 들고 도쿄로 찾아온 ‘유키코(와타나베 미사코渡辺 美佐子 분)’ 할머니. 아들의 동료라는 남자에게 그 돈을 전하고 올라탄 택시 운전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무엇인가 문제가 있음을 느낀다.


겨울冬, 에필로그epilogue

어느 날 밤, 문득 바깥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구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늘도 구석진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고 보면 한 해가 저물고 새 해가 시작되는 순간은 언제나 깊은 밤, 심야深夜다.


심야식당(深夜食堂), 구석의 의미


늦은 밤, 낡은 시계가 울리고 각각의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던 사람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심야식당’에 모인다. 그들에게 이곳에서의 식사는 손때 묻은 식당만큼이나 오래된, 그래서 더욱 편안한 쉼표이다.

이 식당은 신주쿠(新宿)의 뒤편 좁은 골목에 있다. 대도시의 넓은 도로와 높은 빌딩, 화려한 불빛과 수많은 사람들의 물결이 넘치는 신주쿠의 뒤편 어딘가에 보이지 않게 감춰져 있는 공간이 바로 이곳 ‘심야식당’의 공간인 것이다. 아마 우리는 ‘심야식당’의 공간기호가 담고 있는 의미를 그 반대항인 신주쿠로부터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주쿠라는 공간기호가 담고 있는 의미가 대도시 도쿄의 ‘중심, 부유함’ 등이라고 한다면, 이곳 ‘심야식당’은 ‘주변, 가난, 그리고 소외’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심야식당’의 시작은 언제나 쓸쓸하다. 오프닝 곡 <思ひ出>(스츠키 츠네키치鈴木常吉)의 멜로디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곳을 꾸준히 찾아오는 사람들의 내면에 담긴 저마다의 상처와 슬픔처럼 말이다.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小林 薫 분)는 그들의 아픔과 슬픔에 눈물을 흘리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소박한 음식을 무심하게 내어주고는, 담배 하나를 한숨 내쉬듯 피우기만 한다. 마치 이 가게 이름이 무심하게 ‘밥집(飯屋めしや)’이라고 붙어있는 것처럼 말이다.


손님으로 찾아오는 소외된 이들의 아픔과 슬픔은 바로 그들을 바라보는 독자 또는 관객들의 아픔과 슬픔이기도 하다. <심야식당>이 추구하는 주제의식은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누구나 느끼고 경험하는 쓸쓸하고 외롭고, 아프고 슬픈 순간 그저 곁에 소박하지만 따뜻한 음식과 함께 ‘곁에’ 있어주는 것 말이다.


사진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yKG9DLSe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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