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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Dec 22. 2017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

어쩌면 우리가 잊어가는 윤리에 대하여


우리에게는 <국가대표>(2009)로 기억되는 김용화 감독이, 이번에는 웹툰 <신과 함께>(주호민 작)의 ‘저승편’을 각색한 영화를 대중들 앞에 내놓았다. 2017년 12월 20일부터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이 상영 중이다. 이번 영화는 원작의 주요 인물들 중 주인공 ‘김자홍’과 세 명의 차사들, 그리고 원작의 모티브와 중심 소재들을 가지고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다.     


반쯤은 새로운 이야기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은 반쯤은 새로운 이야기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원작 웹툰이 가지고 있는 꽤 긴 호흡을 영화적 문법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생략과 재배치 때문이다.     

영화 <신과 함께>는 주인공 ‘김자홍’(차태현 분)의 핵심 플롯인 ‘49일 간의 저승 심판’을 원작으로부터 그대로 가지고 왔다. 그렇지만 일단 이 영화는 원작과는 다른 새로운 텍스트로 간주하고 감상해야 할 듯하다. 일단 원작의 팬들에게는 다소 아쉽게도, 김용화 감독은 핵심인물 ‘진기한 변호사’을 빼고 그 역할을 차사들에게 분산시키는 선택을 했다. 더불어 원작의 ‘원귀’ 에피소드의 중심인물 ‘유성연’을, 주인공 김자홍의 동생인 ‘김수홍’(김동욱 분)으로 바꿨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김자홍에게서 나타난다. 영화는 그를 술병으로 죽은 회사원이 아닌, 생명을 구하다 죽은 소방관의 이미지로서 스크린에 재현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이 ‘김자홍’들은 이름만 같은 뿐, 서로 전혀 다른 인물들로 봐야만 하게 된다.     


 이렇게 긴 원작을 영화로 번역는 과정에는 생략과 재배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생략이나 재배치는, 종종 플롯을 엉성하고 비어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번 영화 <신과 함께>는 이 위험하고도 어려운 작업을 무사히 잘 수행해냈다. 각각의 재판 단계가 가지고 있는 독립적인 서사와 중심 서사가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고, 그 흐름도 일관되게 대단원을 향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독자 또는 관객은 140분에 가까운, 그러니까 두 시간 20분이라는 꽤 긴 상영시간동안, 별다른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배우의 재발견     

 일직차사 ‘해원맥’을 연기한 주지훈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가 기존에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던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전작인 <간신>(2015)의 ‘임숭재’나 <아수라>(2016)의 ‘문선모’와 같은 역할을 통해 그가 보여줬던, 다소 무겁거나 진지한 이미지를 떠올려본다면 정말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해원맥’은 능글맞고 유쾌한 캐릭터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주지훈이 그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다른 배우들은 자기 고유의 색을 잘 보여줬다. 예를 들어 김향기가 맡은 월직차사 ‘이덕춘’의 캐릭터는 이번에도 험난하고 고된 역할이었고, 이정재가 맡은 ‘염라대왕’ 캐릭터는 이번에도 쩌렁쩌렁한 발성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역할이었다. 오달수와 임원희, 하정우, 차태현 등 다른 배우들 역시 자신의 장점을 여지없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잊혀져가는 ‘좋은 가치들’     

 확실히 지금 시대는 선과 악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경향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영화의 주인공 김자홍의 심판 과정에서도 어느 관점에서는 죄인 것처럼 보이다가도, 다른 관점에서는 죄가 아닌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이 변론의 핵심 논리로 작용한다.     


 그러나 우리는 영화가 제목에서 직접 ‘죄와 벌’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용화 감독이 원작의 주제의식으로 해석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영화 <신과 함께>는 주제 면에서 원작을 긍정적으로 계승하게 된다. 지옥의 심판을 통해, 인간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보편적 윤리와 선(善) 등의 가치를 독자 또는 관객들에게 환기시킨다.     


 아무리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라고 하더라도, 영화는 우리에게 스스로에게 한 번 이렇게 물어볼 것을 권한다. ‘어쨌든 지금 그것이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는 알고 있지 않아?’               


사진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uh35GSvpbW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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