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삶의 진실을 그리기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2018년 2월 28일 개봉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등의 전작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감독은 뭔가를 설명하거나 설득하는 대신 독자 또는 관객들과 함께 그것들에 대하여 지켜보는 방식을 선택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미 일본에서 동명의 영화로도 리메이크 됐다. 일본에서 영화는 사계절의 흐름을 따라 4부작으로 연출됐는데, 각각의 짧은 분량을 묶어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과 봄’이라는 두 편으로 제작되었다. 요약하자면 제법 긴 원작의 서사가 두 편의 영화로 압축되었는데, 임순례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이것을 한 편의 영화로 최종적으로 정리한 셈이다.
한 방울의 땀과 삶의 진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이 서울을 떠나 다시 고향인 시골 마을로 돌아와 겪는 ‘삶’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그저 혜원의 ‘삶’을 보여준다.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한적한 그곳에서 혜원이 직접 농사짓고 채취한 먹거리들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는 과정을 그저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사계절의 자연이 인간에게 아낌없이 건네주는 풍성한 식재료들을 직접 땀 흘려 수확하고 채취해서 요리하는 행위를 통해, 독자 또는 관객은 일상의 단면 너머에 감춰진 ‘노동’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하여, 그리고 나아가 ‘삶의 진실’ 그 자체에 대하여 느끼고 사색할 수 있게 된다.
배우의 재발견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혜원’과 친구 ‘은숙(진기주 분)’, 그리고 ‘재하(류준열)’의 이미지는 각각의 인물에게 필요한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재하를 연기한 배우 류준열이다. 충분히 개성 있지만 (꽃미남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쩌면 평범할 수도 있는 그의 이미지가 오히려 영화의 서사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과장하지 않는 편안한 연기 또한 돋보였다.
‘비일상적’인 일상
한국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진실한 무엇인가를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서 자연으로 둘러싸인 시골 공간을 제시한다. 그리고 전통적인 이분법적 대비를 위해 도시 공간을 회색빛 삭막한 이미지로 그려낸다. 여기-도시(서울)에서 혜원과 재하는 죽어가는 식물처럼 메말라가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위해서이다. 이를 통해 시골에서의 삶은 도시의 독자 또는 관객들에게 ‘저기-자연’이라는 상실의 대상, 다시 되찾아야 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혜원의 시골집이 독자 또는 관객들에게 심각할 정도로 ‘비일상적’이었다. 뭐랄까 너무 환상 같은 이미지, 그러니까 일종의 판타지 서사처럼 보였다고나 할까. 덕분에 영화의 이미지는 일장춘몽 같은 느낌이 강해지고 말았다.
혜원의 집은 서사의 중심인 동시에 그녀의 ‘엄마(문소리 분)’와 함께 긴 시간을 살았던 ‘가정집’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살았던’ 가정의 집기들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그것들은 지나치게 새것들이었다. 요리 도구들과 그릇들은 누가 봐도 매장에서 꺼내온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 내부의 인테리어는 삶의 고단함에서 어쩔 수 없이 배어 나오는 귀찮음에 대한 타협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구와 생활용품들이 심각할 정도로 잘 정돈되어 있었다.
덕분에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서사는 마치 우리가 꾸는 ‘꿈’처럼 보이게 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다시 ‘여기-도시’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금세 잊혀져버리게 되어버릴, 그런 ‘꿈’ 같은 이미지 말이다.
사진출처 : http://newstomato.com/ReadNews.aspx?no=807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