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사랑들의 특별한 아름다움
2018년 3월 14일, 일본의 사탕공장연합체에서 만든 화이트데이에 맞춰, 일본 연애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いま、会いにゆきます>(오카다 요시카즈岡田惠和 감독, 2004)를 리메이크한 동명의 한국 영화가 개봉한다. 일본의 그 영화도 사실 그 해에 나온 동명의 연애소설(이치카와 타쿠지市川拓司 작, 2004)을 원작으로 한다. 정리하자면, 일본의 연애소설을 영화로 각색한 것을 다시 한국에서 신인감독 이장훈의 손에 의해 리메이크된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다음 해인 2005년에 TV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사랑은 특별하다
사랑에는 두 가지 층위가 있다. 하나는 존재하는 절대 다수를 향한 보편적인 사랑이다. 신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나 반대로 신을 향한 인간의 사랑, 살아있는 모든 생물에 대한 사랑,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별이나 또는 전우주의 모든 존재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 등이 여기에 속한다. 예수가 자기를 희생하여 인류를 구원했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다른 하나는 평범한 우리들의 소소한 사랑이다. 연인 사이의 사랑이나 부부간의 사랑, 그리고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소소한 이 사랑들이, 사실 얼마나 특별하고 아름다운가를 잘 보여준다.
원작의 감동, 신작의 재미
일단 2018년의 한국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14년 전 원작 영화의 중심 서사를 충실하게 잘 계승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훌륭했다. 원작이 워낙 탄탄한 플롯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화 속 ‘현재’의 서사에 과거의 서사가 병치되는 구조, 아이러니의 수수께끼를 푸는 중요한 실마리로서 일기장이라는 책 또는 텍스트를 등장시키는 점, 지금-여기를 외부와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로 등장하는 기차역과 선로, 그리고 기차 모티브 등 수많은 다른 작품들을 통해 검증된 영화적 연극적 장치들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더욱 높은 완성도를 보일 수 있게 만들어줬다.
여기에 원작과 다르게, 이번 신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는 밝고 코믹한 요소들이 위화감 없게 스며들어 있다. 덕분에 이장훈 감독의 영화로 새롭게 탄생하는 데에도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약간의 과잉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남는다. 일단 아쉬운 점은 캐스팅이다. 우진(소지섭 분)은 너무 잘 생겼고, 수아(손예진 분)은 지나치게 예쁘다.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독자 또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저 정도면 반할 만하지 뭐” 싶은 거다. 거기다 소지섭이나 손예진 모두 굵고 짙은 감정선을 보여주는 연기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로부터 배어나오는 정동의 굴곡이 상대적으로 평평해지는 감도 있었다. 물론 두 배우 모두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어쨌든 둘 다 배역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정리하자면, 잘생김과 예쁨의 과잉 정도가 될까? 우진과 수아가 처음 극장에서 데이트할 때 영화 속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들의 주인공들인, 한석규와 전도연 같은 선이 짙고 굵은 배우들이 배치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된다.
다음으로 아쉬운 점은 영화의 전개가 어딘지 모르게 다급하다는 사실이다. 좀 더 천천히 차분하게 이야기해주었으면 싶은데, 영화의 서술주체가 말하는 속도가 좀 빠르다. 예를 들어 우진과 수아가 서로를 느끼는 장면을 좀 더 길게 끌고 갔다면, 그래서 독자 또는 관객들이 그들 사이 존재하는 감정에 좀 더 깊게 침잠할 수 있게 기다려주었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장점도 있어
영화가 끝나고 시계를 봤는데, 다들 깜짝 놀란다. 이장훈 감독의 조금 빠른 호흡이 131분이라는 제법 긴 런닝타임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원작을 보지 않은, 거기에 길이가 긴 텍스트보다는 짧은 텍스트가 편안한 어린 연인들이라면, 분명 한국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문득 서로의 손을 잡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일 것이다.
그나저나 주인공네 집에 개집은 왜 있는 걸까? 한 번도 강아지는 등장하지 않았잖아.
사진출처 :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810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