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고래 Jun 19. 2018

그 와중에 우동은 맛있어!

2018. 일본 ::: 다카마쓰

 퇴사를 하고 나니,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겠지만, 그런 걱정은 조금 쉬고 난 후에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대신 그냥 멍하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일상을 벗어났으면 했다. 어디로 가볼까 여기저기 찾아보며 가보지 않은 나라나 도시로 가는 건 어떨까도 고민했지만, 항공권 특가의 유혹을 이길 순 없었다. 앞으로 난 백수이니까... 돈을 아껴야지...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행선지는 결국 일본으로 결정. 하지만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 말고 조용한 소도시로 떠나보기로 했다.


 발길을 향한 곳은 일본의 다카마쓰. 여행지로 유명하지 않은 곳이지만 나에게는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예전에 다카마쓰에 에어서울이 처음 취항을 한다고 할 때 1박 2일로 잠시 다녀온 곳이는데, 기간이 짧아서 아쉽기도 했고 나오시마와 데시마 등 예술의 섬이라고 불리는 곳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늘 그렇듯 급하게 항공권을 예약하고 작은 캐리어에 짐을 싸는둥 마는둥 하고는, 다카마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살짝 허전하기도 하고, 살짝 설레이기도 했던 여행길. 생각해보니 일본을 혼자 갔던 적은 없었다. 가까운 곳이니만큼 일본 여행은 동행자를 구하기도 쉬운 곳이기도 했고... 서울에서 대구로 가는 시간 정도를 날았더니 다카마쓰에 도착했다. 짧은 방문이긴 했어도 다카마쓰에서의 예전 기억들이 떠올라, 공항을 나와 시내로, 그리고 호텔까지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체크인 시간까지는 4시간 정도 남아 있어서, 캐리어를 맡기고 다카마쓰 상점가를 걷기 시작했다. 이른 출발이라 잠도 거의 자지 못했고,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챙긴 노트북은 너무 무겁고, 밖에는 비가 왔고... 덕분에 무작정 상점가를 헤매는 동안 정신을 반쯤 놓은 상태였다.


 커피라도 마실까 카페들을 기웃거렸지만, 비가 오는 날씨 때문인지 카페들은 대부분 만석... 유명하다는 우동집에서 점심을 먹어야지 하고 지도를 따라 열심히 찾아갔지만, 이번에는 이미 저번에 고래군과 갔던 그 우동집. 우동집 이름도 제대로 보지 않고 무작정 구글지도만 보고 길을 돌고 또 돌고 했던 것이다. 잔뜩 했던 기대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난 무엇을 찾아 왜 헤맸던 것일까? 역시 잠이 충분하지 못한 나는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나보다.




 하지만 잠이 쏟아져도, 짐도 무거워도, 그래도 다카마쓰의 우동은 역시 맛있었다. 그렇게 고난(?)의 4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호텔방에 입성!! 그리고 침대에 잠시 몸을 눕힌 나는... 


기억을 잃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홋카이도를 떠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