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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an 11. 2016

홋카이도를 떠나며

2012. 일본 ::: 홋카이도


#1. 삿포로의 마지막 밤- 고래군 


 “오늘이 여기서의 마지막 밤이네? 오늘 뭐 먹지?”


 이렇게 질문하지만, 우리의 저녁은 거의 비슷하다. 대형마트들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디스카운트 즉석식품들과 ‘삿포로 클래식’ 한 무더기. 하지만 워낙 다양한 먹거리들을 팔고 있기 때문에, 저녁식사를 장만하는 쇼핑은 항상 이것저것 고르느라 정신없게 매장을 몇 바퀴씩 돌아다니기 마련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일본에 와서 생긴 말버릇이 하나 있다. ‘이제 일본이 한국보다 물가가 싼 나라가 되어버렸어.’가 바로 그것이다. 먹거리를 장만한다거나, 음식점 등에서 무엇을 사 먹는 일, 그리고 옷과 신발이나 그밖에 여러 가지들을 쇼핑하면서 가만히 가격을 비교해보면 일본에서 살아가는 것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보다 필요한 돈이 약간 더 적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삿포로 집값이 서울보다 싸더라.)

(담뱃값 오르면서 이제는 담배도 일본이 더 싸더라.)

(스스키노역 근처 편의점에서 유리벽에 구인광고 붙여놨는데, 시급이…!!)


 갑자기 그녀가 손을 입에 가져다 대고는 이렇게 말한다.


“자! 고래군! 오늘이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인데요. 일본에 처음 와본 소감이 어떻습니까?”


그리고는 인터뷰를 하듯 손을 내게 내민다. 이제 내가 그녀의 투명한 그 마이크에 대답할 차례이다.


“의외로 낯설지 않아서 좋았고, 그렇지만 확실히 한국과는 다르다는 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무엇이 한국과는 달랐습니까?”

“으음, 우선 한국에서처럼 무례한 사람을 보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았습니다. 다들 낯설어도 최소한 인사는 받아주더라고요.”

“그게 얘네 문화니까 그렇지 뭐.”


 사실 나도 타자의 친절이나 호의에 당황한 나머지, 미처 감사를 표시하지 못한 적이 있기는 하다. 나조차도 낯선 이를 반가이 마주하기보다는 경계하고 적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우리는 누군가의 피와 살을 마시고 씹어 먹어야만 굶어 죽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삿포로에서의 마지막 밤- 미니양 


 삿포로에서의 마지막 밤이자,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밤. 처음 삿포로에 다녀갔을 때가 2010년 9월. 그 때는 회사원이었기에 늦은 여름휴가로 잠시 다녀갔던 곳이었다. 그 때 짧은 머뭄이 너무나도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번엔 첫 홋카이도 여행 때보다 조금이나마 다양한 모습을 봤으니, 어느 정도 만족. 고래군이 만족스러워해서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과 나의 취향이 잘 맞을 때 기분이 좋은 것처럼 내가 좋았던 여행지를 함깨 좋아해줄때 기분이 더 좋다.


 우리나라에서 가까워 자주 가는 일본이지만, 일본 중에서도 홋카이도는 조금 더 색다른 느낌을 주는 곳인 것 같다. 그리고 낯설다기 보다는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익숙함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홋카이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치열하고 팍팍한 일상일 수도 있지만, 옆에서 바라보는 여행자의 눈에는 쾌적하고 여유있는 곳이었다. 

(이런 매력에 미니고래는 2014년 초 다시 삿포로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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