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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un 20. 2018

커피와 함께 마무리하는 첫째날

2018. 일본 ::: 다카마쓰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깨어나니 이제서야 살 것 같았다. 상점가를 정처없이 걷던 일, 우동집을 찾아 쓸데없이 헤매던 일, 우동을 먹은 일들이 오래 전 일처럼 느껴졌다. 몸을 일으켜 세워 멍~하게 침대에 앉았다.


'이제 뭐하지?'

'꼭 뭘 해야해?'

'그렇지. 뭘 안해도 되지.'

'근데 커피는 마시고싶다.'

'그래, 커피나 마시러 나갈까?'

'좋아.'


 혼자만의 여행은 이게 참 좋다. 내가 언제 뭘 하든, 뭘 하지 않든 전부 내 자유이니까. 멍하게 앉아 있다가 간절한 커피 생각에 다시 호텔을 나섰다. 이젠 무거운 짐도 없고, 잠도 꽤 충분히 잤더니 다른 세상처럼 보였다. 비가 오는 날씨는 '운치있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 생각들지 않았던 상점가는 예전에 왔었던 반가운 추억의 장소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사람 생각이 한 순간에 바뀔 수 있구나 하며 다시 상점가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다카마쓰를 조금 더 여유롭게 보기 위해 떠나오기 전 준비했던 게 커피가 맛있는 집을 찾는 것이었다. 커피가 맛있다는 카페를 몇 군데 찾아 저장해놓고 상점가를 어슬렁거리다 마음에 드는 로스터리를 만났다. 이름은 구글지도에서 분명 봤는데, 시 외곽에나 있다고 해서 포기했던 바로 그 집. 상점가에 새로 오픈을 한 건지 내가 구글지도에서 찾지못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운이 좋게도 딱 좋은 타이밍에 발견할 수 있었다.



 카페라기보단 로스터리라는 말이 더 잘 어울렸던 그 곳은 꽤 많은 종류의 원두를 로스팅해서 팔고 있었다. 그 중에 매일 3가지 원두를 선택해 손님이 원하는 원두로 핸드드립을 해주고 있었다. 가격은 정말 착하게도 단돈 200엔!! 난 남미 원두를 골랐고 정성들여 내려진 핸드드립 커피를 들고 가게를 나섰다. 


 적당히 따뜻한 커피 마시고 있으니 몸 안 구석구석 커피향과 카페인이 퍼지는 것 같았다. '그래, 나 여행왔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퍼졌다. 그리고 슬며시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일상의 무거움을 걷어내고 즐거운 기분이 드는 걸 보니 나 여행 온 거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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