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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un 23. 2018

이번에는 쇼도시마로!

2018. 일본 ::: 다카마쓰 / 쇼도시마

#1. 안 갈게, 나오시마

 처음 다카마쓰를 여행했을 때는 오직 나오시마에 가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1박 2일의 일정이 무리하게 느껴질 정도로 빡빡하게 스케쥴이 흘렀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이면 나오시마에 간 날이 월요일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베네세를 제외한 모든 미술관이 휴관. 그래도 제주도 올레길 마냥 나오시마를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이번에는 거의 일주일동안 다카마쓰에 머무르게 되었으니, 나오시마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었다.


빈약한 여행준비 중에 그래도 나오시마에 있는미술관 정보들이라도 다시 찾아봐야지 하는 그 순간 고래군이랑 눈이 마주쳤다.


"오빠, 이번에 나 나오시마 갈까?"

"응? 나오시마?"

"응. 그 때 우리 미술관 다 휴관이라 제대로 못 봤잖아."

"밖에서 보고, 땡땡이 호박은 봤잖아."

"미술관은 못 들어갔잖아."

"혼자 가게?"

"응. 혼자 가지. 여행을 혼자 가는데..."

"가지마."

"왜 가지마?"

"거기 길, 인적이 너무 없어서 싫어. 다음에 나랑 같이 가."

"괜찮은데..."


 나오시마의 한적한 길이 고래군은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나 역시 기왕이면 둘이 함께 나오시마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 그래 이번엔 나오시마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내 마음대로 정한 거다) 대신 쇼도시마와 데시마에 가보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안녕, 나오시마. 다음에 갈게!





#2. 충분한 수면은 당신을 아침형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 (아마도?)


 이른 새벽 비행의 후유증은 나를 본의 아니게 아침 일찍 일어나게 만들었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다카마쓰에 도착한 어제, 나는 낮잠에 커피까지 동원해서 잠을 깨보려 했으나 결국 쏟아지는 잠을 이길 수는 없었다. 밤 9시부터 다시 잠이 들어 버리고야 말았고, 문득 눈을 뜬 나는 가뿐하게 아침형 인간으로 둘째날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하루는 정말 흔치 않다. 기왕 이렇게 이른 시각에 일어난 김에 쇼도시마에 가기로 했다. 뭐 일찍이라고 해봤자 일어난 시각은 8시였지만...

 다카마쓰의 아침은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게 분주한 느낌이다. 덕분에 항구로 향하는 길은, 출근하는 직장인과 등교하는 학생들 사이로 오직 나 혼자만 왠지 모르게 반대방향으로 걷고 있는 기분이랄까? 하긴 더이상 난 직장인도, 학생도 아닌 그저 놀러 온 이방인이니까. 아침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로 가득 찬 편의점에 들러 샌드위치 하나와 음료수 하나를 사 들고 그렇게 나는 항구로 향했다.


 간당간당한 출발 시간에 겨우 맞춰 배에 오른 나는 사람이 없는 2층 야외석에 자리를 잡았다. 계란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우물우물거리면서 바닷바람을 느껴보기도 했다. 날도 화창하니 좋고, 잠도 충분히 자서 기분도 좋고, 그렇게 그냥마냥 좋았더랬다. 한국에 두고 온 고래군이 이따금씩 떠올랐지만, 여태껏 그래왔듯이 고래군도 잘 지내고 있을 테니 그렇게까지 걱정이 되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쇼도시마는 올리브로 유명한 섬이라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섬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데시마 미술관'. 이름처럼 그 미술관에 가려면 데시마로 가야 하지만, 다카마쓰에서 데시마까지 한 번에 가는 배는 자주 없기 때문에 대체로 나오시마나 쇼도시마를 거쳐 가야만 한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나오시마를 거쳐 데시마로 간다고 하는데, 난 쇼도시마에서 데시마로 가는 것으로 결정! 왜냐면... 나에게는 다카마쓰에서 쇼도시마로 가는 '무료왕복 페리티켓!!'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쇼도시마에서 데시마로 가는 정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보통 그렇듯이 나는 그냥 일단 무작정 쇼도시마에 가서, 다음 상황을 보기로 했다.


 데시마에 가는 배가 있을까? 있다면 언제쯤 있을까? 쇼도시마 어느 항구에서 데시마로 가는 배가 있을까? 등등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덧 쇼도시마에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냥 가보면 뭐든 알게되겠지


 사실 '혹시 데시마에 못 가게 되면 쇼도시마를 보면 되는 거니까 괜찮아.' 하는 생각도 있었다. 어쨌든 나는 쇼도시마에 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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