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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un 27. 2018

여행 준비를 안 하니 이 모양

2018. 일본 ::: 쇼도지마

#1. 여행 준비를 안 하니 이 모양


 쇼도지마는 큰 규모의 섬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조용하고, 사람사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집도 사람도 보이지가 않았다. 일단 항구 매표소로 가서 데시마로 가는 티켓 시간부터 확인을 하려 했지만, 정작 가는 티켓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쇼도지마에 항구가 여러 개라고 하더니 아마 다른 항구에 있나보다. 그렇다면 우선 항구에서 멀지 않은 올리브 공원을 보고 나서 데시마로 가는 배가 있는 항구로 찾아가야겠다고 결정!


 쇼도지마에서는 '올리브 버스'라는 게 있어서 그걸 타고 이동하면 된다고는 들었지만, 정작 요금은 어떻게 내면 되는 건지 거스름돈은 주는 건지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항구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올리브버스 시간표와 요금 내는 방법을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보통 버스와 마찬가지로 내릴 때 요금을 내는 거란다. 친절한 직원분 덕분에 무사히 올리브 버스를 타고 올리브 공원에 내릴 수 있었다.


::: 그냥 항구 옆 벤치에 앉아서 멍때리는 것도 좋아보였다 :::


 올리브 공원은 말 그대로 올리브 나무가 가득했다. 일본에 와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리스 어느 섬에 와 있는 기분이랄까? 오래 전 처음 그리스에 갔을 때의 복잡미묘한 기분이 살짝 느껴지기도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쇼도지마는 그리스 밀로스섬과 자매 섬이라고 한다.) 볼거리가 많다기보다는 이국적인 풍경 덕분에 여행객들이 꽤 많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산토리니 섬에서 봄직한 하얀 풍차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빗자루를 빌려 <마녀 배달부 키키>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빗자루샷은 친절한 관계자분이 능숙하게 사진을 찍어주시니 잘 나올 것 같았다. 난 <마녀 배달부 키키>를 보지 않았기에 빗자루샷은 패스하고, 하얀 풍차 사진 몇 장을 찍고 주변을 산책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기분이 꽤나 좋았으니까.


::: 산토리니의 하얀 풍차(위) / 쇼도지마의 하얀 풍차(아래) :::


 올리브 공원에서 그리스를 느끼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난 원래 목적지였던 데시마로 가기위해 올리브 버스에 다시 몸을 실었다. 도노쇼항까지 가는 40분 동안 올리브 버스는 관광객들과 주민들을 태우고 내려주길 반복했다. 올리브 버스는 관광객들의 전용버스가 아닌 주민들도 함께 이용하는 섬 내 교통수단이었던 것이다. 40분쯤 지나자 같이 탔던 관광객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항구에 도착했나보다 싶어 나도 그들을 따라 급하게 버스에서 내렸다. 데시마에 갈 생각에 들뜬 마음에 지도를 켰는데... 도노쇼항까지는 2km 가까이 걸어가야 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난 그냥 버스에서 내린 것일까?'

'누굴 탓해?'

'언제 이렇게 낯선 마을을 걸어보겠어?'

'그래, 걸어보지, 뭐.'


 가방에 있던 코로로 젤리를 꺼내 우물거리며 20분을 걸어 도노쇼항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데시마 가는 시간표부터 찾았다. 영어는 커녕 히라가나도 아닌, 오직 한자로만 가득 써 있는 시간표에서 간신히 찾은 데시마행 배의 출발 시각은... 오후 3시 10분?! 내가 도노쇼항에 도착한 지금 시각은 겨우 12시;;;


'3시 10분 배를 타면 데시마 미술관도 문 닫을 것 같은데...'

'그냥 쇼도지마 보는 걸로 만족해야 하나?'

'데시마 미술관은 다음으로 미뤄야 하나?'

'어쩌지? 어쩌지? 아;;;'


::: 쇼도지마에서 데시마 가는 배편 요금과 시간표(시간표 앞 당구장 마크는 다른 터미널에서 출발) :::


 이래저래 생각을 하다가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항구에서 일하는 아저씨께 여쭤봤다. 그런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옆 건물 다른 터미널에서 1시간 반 후에 출발하는 배가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터미널이 2개라 배들이 양쪽에서 시간대별로 다르게 출발하는거였다. 난 너무도 기쁜 마음에 도와주신 아저씨께 밝게 인사를 드리고 옆 터미널로 뛰어갔다.


'나 드디어 데시마에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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