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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Aug 25. 2018

다카마쓰 자전거 활용법

2018.  일본 ::: 다카마쓰


#1. 리쓰린 공원에서의 편안한 산책


 뿌듯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난 나는 자전거를 타고 리쓰린 공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직 5월인데도 불구하고 다카마쓰의 날씨는 꽤나 쨍쨍했다.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양산을 쓰거나, 햇빛을 피해 그늘을 찾아다니기에 바빴다. 자전거로 이동하는 내내 '이 날씨에 걸어서 이동했다면 아마 금방 지치고 말았을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 자전거 여행을 하기로 한 스스로가 대견해졌다.


 자전거로 10분 정도 달려 리쓰린 공원에 도착했다. 리쓰린 공원은 밤나무숲이라는 뜻으로, 17세기 중엽에 건축되어 현재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공원 중의 한 곳이다. 거기에다 카가와현 블로그에서 받은 쿠폰을 제시하면 무료입장이 가능해서 부담없이 가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우측에 위치한 자전거 주차장 그늘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공원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몇년 전 리쓰린 공원에 왔을때는 비가 와서 산책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오늘은 햇빛이 쨍쨍하긴 해도 나무들이 많아 그늘 사이로 산책하는 기분이 꽤 좋았다. 조용하게 산책을 하고 있으니 그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었다. 퇴사 후에 느꼈던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차분하게 정리되며 '나도 이제 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편안해졌다.







#2. 자전거 유용하게 활용하기


 꽤 오랜시간 리쓰린 공원을 산책한 후 다시 자전거 핸들을 잡고 이번엔 다카마쓰 항구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 곳에는 폐공장을 개조해만든 편집샵들이 모여있다고 했다. 이름하여 기타하마 앨리. 리쓰린 공원에서는 꽤 먼 거리이지만 나에겐 자전거가 있으니까 힘들지 않게 갈 수 있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기타하마 앨리에 도착. 역시나 자전거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가게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옷가게, 소품샵, 카페, 건축사무소 등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폐공장을 개조한 곳에 아기자기하게 모여있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가게들을 구경하며 때때로 찾아오는 지름욕구를 누르느라 애를 먹었다. 백수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디자이너이니까 예쁜 것들을 보니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참고 또 참다 결국 회를 먹을때 유용한 젓가락 받침을 사가지고 기타하마 앨리를 나왔다. (고래군과 나는 회를 아주 좋아하니까.)



 자전거로 돌아보는 마지막 일정은 슈퍼마켓이었다. 나나 고래군은 여행을 가면 슈퍼마켓에 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시장과 더불어 현지인들의 생활모습을 잘 볼 수 있기 때문인데, 슈퍼마켓에 가서 식사거리를 사기도 하고 한국에 가져갈 물건들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엔 혼자 떠나온 여행이었기에 많은 물건들을 한꺼번에 살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자전거에 싣고 가면 되겠다!' 신나게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서 나왔는데... 자전거를 믿고 너무 많이 사버렸다. 자전거 바구니에 꾸역꾸역 담길 정도도 모자라 핸들에도 작고 가벼운 비닐봉지를 걸어야했다. 비우면서 소박하게 살아야겠다고 늘 생각하지만,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그 생각을 이겨버리는 상황이 많다. 지금처럼. 딱 자전거에 실은 짐만큼 페달을 밟아야하는 내 다리는 더 힘들어졌지만, 오늘 하루 자전거로 즐겁게 다카마쓰를 돌아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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