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이건 꼭 사야 해!

습관적인 항공권 결제의 결과

by 미니고래

어제 뉴스를 보다가 이런 기사를 봤다. 사람들이 여행비용은 덜 쓰는 대신 더 자주 여행을 간다는 그런 기사. 그 기사를 읽으면서 나 역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평균적으로 1년에 1번 정도는 멀리 다른 대륙으로 여행을 가지만, 가까운 곳은 시간이 날 때마다 자금의 여유가 있다면 여행을 가고는 한다. 비행시간이 2-3시간 정도면 큰 부담도 없고, 때로는 항공료가 싸게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요즘들어 다른 때보다 여행을 자주 나가다 보니, 문득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과연 내가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 여행이 좋아서 가는 건지, 아니면 그냥 항공권이 저렴해서 가는 건지... 여행 다니는 것을 물론 좋아는 하지만 요즘 워낙 항공권이 저렴하게 나오고 회사에 묶인 몸이 아니다 보니 습관적으로 항공권을 결제해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남들이 쇼핑몰에서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하면서 쇼핑을 하는 것처럼 난 싼 항공권을 보면 그런 마음이 든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이렇게 싸게 항공권을 끊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그런 자기 위안을 하면서.


나는 가끔 심심하거나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습관적으로 항공권을 검색한다. 평소에는 휴대전화를 오래 보지 않는 편이라 내가 조용하게 휴대전화에 몰두하고 있으면 고래군이 이렇게 물어본다.


"취미생활 해?"

"응."

"어쩐지 조용하더라."

"아니... 그게... 너무 싸잖아."


고래군이 말하는 취미생활이라 함은 항공권을 검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고 보면 요즘 나의 가장 큰 취미생활이 항공사 사이트들을 둘러보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꼭 가고 싶은 게 아닌데도 그저 답답하다는 이유로 항공권을 즉흥적으로 결제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여행을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데도 말이다. 여행이 좋아서 가는 것이긴 하지만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 여행을 이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되니 여행을 가서도 일상의 고민거리들이나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여행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온전히 즐기지 못하니 여행을 가서도 예전만큼 즐겁지 않다고나 할까?


일상에 집중해야 할 때는 집중할 수 있게, 그리고 여행을 가서는 온전히 여행을 즐길 수 있게, 이제는 마구잡이로 항공권을 결제해버리는 일은 지양해야겠다. 갑자기 든 생각에 뜬금없는 자기반성의 시간. 그리고 당분간 항공사 사이트 접속 금지라는 벌을 스스로에게 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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