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예술의 다큐멘터리, 그러나 어쩐지 광고 같은 영화
세계적인 요리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2019년 8월 1일 정식으로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배우, 시나리오작가이자 감독인 질 드 메스트흐Gilles de Maistre 감독이 2년 동안 알랭 뒤카스를 따라다니며 촬영한 영상을 통해 2017년 완성되었다. 작년 ‘서울국제음식영화제’에서 상연되며 국내에 소개되었으며, 올해 10월에도 같은 영화제를 통해 다시 상연될 예정이기도 하다.
원제는 ‘La quête d'Alain Ducasse’인데, ‘La quête’가 중세 기사들의 모험 이야기에서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임무나 원정 등을 의미한다고 보면, 한국어로는 ‘알랭 뒤카스의 탐험’이나 ‘알랭 뒤카스의 여정’ 쯤으로 번역할 수 있을 듯하다.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는…… 뭐, 그 쪽 세계에서 보자면 그런 평가를 내릴 수도 있나보다.
요리와 예술,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
프랑스의 요리사 알랭 뒤카스는 전 세계 23개의 레스토랑과 18개의 미슐랭 스타를 가지고 있다. 1956년에 태어난 그는 16세에 견습 자격으로 요리를 시작했으며, 20대 초반 시절 프랑스의 전설적인 요리사인 호지흐 베흐지Roger Vergé 아래에서 조수로 일했던 경험은 뒤카스의 요리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는 알랭 뒤카스의 일상과 행적을 뒤쫓으며, 요리에 관한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뒤카스는 좋은 토양과 함께 태양이 길러낸 신선한 채소와 곡물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식재료라고 설명한다. 그의 레스토랑에서는 육류도 함께 요리하지만, 사실 뒤카스는 평소 거의 곡물과 채소만을 먹는다.
뒤카스가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독자 또는 관객들은 그가 요리를 이미 예술의 영역에 올려놓고 있음을 알게 된다. 뒤카스는 요리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각, 상상력, 그리고 테크닉’이라고 말한다. 또한 뒤카스는 ‘디테일이 모여 전부를 이룬다’고 언급한다. 요리에 관한 뒤카스의 이와 같은 언급들은, 모든 예술 영역에도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금언들이기도 하다. 모든 예술가들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세 가지도 바로 ‘감각과 상상력, 테크닉’이며, 또한 대부분의 훌륭한 예술가들은 항상 디테일에 놀라운 집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말하지 않는 두 가지
이 영화는 사실 말하지 않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프랑스 요리가 당연히 세계 최고’라는 문화적 우월성에 대한 담론이고, 두 번째는 2015년 세상을 떠난 요리사 호지흐 베흐지Roger Vergé의 그림자이다.
뒤카스는 도쿄와 교토에서 영업 중인 레스토랑에 들른 김에 일본의 요리들을 맛보고 평가한다. 그리고 현재 그의 레스토랑들이 공급받고 있는 캐비어의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상하이를 찾아가고, 그곳의 길에서 중국의 몇 가지 음식들을 먹어보고 평가한다. 프랑스 문화에 대한 환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일본이야 그렇다 쳐도, 기껏 해야 4~500년 된 프랑스 요리문화를 중심에 놓고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 요리를 대상화/객체화하는 영화의 관점은 다소 비약적이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국물 없는 요리를 선호하는 프랑스의 스타일을 떠올려본다면, 한국 요리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릴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사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2015년 세상을 떠난 호지흐 베흐지Roger Vergé를 언급해야만 했다. 이 전설적인 요리사가 등장하기 전까지, ‘오뜨 퀴진haute cuisine’이라고도 부르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요리(cuisine classique)는 어떤 동물성 지방을 사용하는가에 의해 정의될 정도로 묵직한 경향을 보였다. 어떤 라드(돼지기름)인가 어떤 버터인가, 아니면 어떤 크림인가처럼 말이다. 베흐지의 등장에 의해 비로소 지중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채소들의 비중을 높인 가벼운 프랑스 요리가 환영받기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프랑스 요리인 ‘누벨 퀴진nouvelle cuisine’(새로운 요리)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경의를 담아 베흐지의 요리에 ‘cuisine du soleil’(태양의 요리)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영화가 베흐지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요리사들 중 한 명인 뒤카스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면, 베흐지의 이름에 대해 적어도 한 번은 언급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도대체 이 영화는 왜 이 두 가지를 말하지 않았을까.
수식어 ‘위대한’이 드러내는 영화의 욕망
영화는 베르사유 궁전Château de Versailles에 최초로 마련되는 레스토랑의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뒤카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후 뒤카스는 프랑스는 물론이고 홍콩과 일본, 중국, 몽골, 미국, 런던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가 소유한 레스토랑들을 돌아다니고, 새로운 맛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는 다시 베르사유 궁전의 레스토랑 ‘오흐Ore’의 오픈 준비 장면으로 돌아가 마무리된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뒤카스의 여정, 즉 알랭 뒤카스가 무엇을 추구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추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의미에 따르자면 노년에 이른 지금까지도 전 세계를 누비는 뒤카스가 찾아 헤매는 것은, 사실 감춰져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언제나 요리 그 자체였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영화의 제목 한 가운데 배치되면서,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이 배후에 감추고 있던 욕망이 스크린의 표면에 드러나게 된다.
영화의 서사는 오픈을 준비하는 레스토랑 ‘오흐’의 설립 배경과 레스토랑의 성격과 품격과 인테리어, 준비되는 메뉴와 소속된 요리사들, 그리고 여기에 까다롭기 그지없는 바로 그 ‘위대한 알랭 뒤카스’의 존재를 보여주는 한 편의 ‘광고’를 구성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욕망은 아래 두 줄로도 요약이 가능할 듯하다.
레스토랑 오흐(Ore - Ducasse au château de Versailles)
홈페이지: http://en.chateauversailles.fr/plan-your-visit/facilities/ore
+사진출처: http://chefnews.kr/archives/14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