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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Feb 23. 2020

리스본에 찾아온 친구들

2018. 두 번째 리스본 한 달 살기


 #1. 영국에 사는 친구- 미니양     

 이번에 리스본에서 두 번째로 한 달을 살기로 결정했을 때, 런던 인/아웃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었더랬다. 런던 인/아웃이 리스본 인/아웃보다 싸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잉글랜드에 사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가기로 했던 것이 더 큰 이유였다. 비록 목적지로 삼은 포르투갈과는 가깝진 않지만, 기왕 유럽에 가는 김에 친구네 집에서 친구 얼굴도 보면 좋으니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런던 인근에 있는 친구네 집에서 며칠을 머물고 나서 리스본에 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친구네 부부가 우리를 만나러 리스본에 놀러오겠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리고 영국 남자랑 결혼을 해서 영국에서 거의 10년을 살며,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 살고 있는 내 친구 부부가 리스본으로 진짜 날아왔다. 사실 영국도 아닌 포르투갈에 놀러온 친구를 만나러 오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휴가까지 내서 주말을 보내러 와준 것이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77fZj4MNogo83Ks2-rceng






        

#2. 누군가에게는 험난한 리스본행- 고래군     

 잉글랜드에 사는 지인이 리스본으로 찾아왔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머무는 동안 누군가가 우리를 찾아오는 것이 벌써 두 번째이다.     


 첫 번째는 처음으로 한 달 살기를 하러 그라싸(Graça) 소방서 인근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그녀의 학교 후배이기도 한 지인이 홀로 유럽 각국을 여행하는 와중에, 리스본에 있는 우리를 만나러 찾아왔던 것이다. 당시 그 지인은 기껏 환전한 현금을, 28번 트램에서 소매치기에게 홀랑 털려버리고 말았더랬다.   

  

 그러고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를 찾아오는 것은 모두 내가 아닌 그녀의 지인들이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를 찾아오는 그녀의 지인들은 모두 하나씩 사건을 겪으며 우리를 찾아온다. 덕분에 다음에 또 우리를 보러 리스본에 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고 오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이번에 찾아온 그녀의 지인은, 영국인 남편과 함께 찾아온 그녀의 대학 친구이다. 이들 부부의 자세한 이야기는 이러하단다. 떠나기 전날 저녁, 리스본에 며칠 동안 머물기 위한 짐을 간단하게(?) 꾸려서 차 트렁크에 실어두었단다. 다음날 공항에 가는 길에, 키우는 강아지를 잠시 맡아주기로 한 집에 강아지를 내려주고는, 시간에 쫓기는 바람에 전날 챙겨둔 짐을 그 집에 함께 내려두고는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해 열어본 트렁크에서 강아지용품들과 강아지사료만을 발견한 이들은, 코앞까지 닥친 비행기 시간 때문에 결국 둘이 함께 맨몸으로 리스본에 도착하고야 만 것이다.


 식사를 위해 우리는 그들을 이끌고 리스본의 명물 '타임아웃마켓'으로 향했다. 메뉴도 다양해서, 무엇을 선호하더라도 원하는 음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뭐, 짧게 리스본에 머무는 여행자라면 이곳만큼 괜찮은 선택도 드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나저나 여행 짐가방을 두고 맨몸으로 비행기에 오른 사람답게, 지인의 남편 ‘크리스’는, 아무리 잉글랜드에 비해 포르투갈이 따뜻한 남쪽이라지만, 반팔 티셔츠에 얇은 민소매 패딩 하나만 걸친 채이다. 지인 역시 얇은 겉옷을 걸치고는 쌀쌀한 날씨를 견디고 있었다. 보다 못한 내가 말을 꺼냈다.     


 “머무는 동안 계속 추울 텐데, 그냥 값싼 옷이라도 좀 사 입는 게 좋지 않을까? 저번에 보니까 H&M에서 세일하는 옷들도 있던데.”

“맞다. 너희 부부 옷이라도 좀 사 입어라. 호텔이야 괜찮겠지만, 이렇게 돌아다닐 수는 없잖아.”

“오오! 맞다 언니야. 우린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헤이 크리스야?”     


 결국 우리는 그들을 꼬메르시우에 있는 ‘H&M’ 매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들이 옷을 고르는 동안 그녀와 나는 코앞까지 다가온 크리스마스 때문에 진열되어있는 장식들과 모자 등을 구경했다.     


 옷을 보강한 그들과 함께 우리는 근처에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앞에 두고 한참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이틀 뒤 다시 만나기로 기약하고 나서야 반가움을 뒤로 한 채로 헤어질 수 있었다.       



   

#3. 덕분에 만난 아쿠아리움- 고래군     

 가급적이면 천천히 걷기, 좀 멀더라도 걷기, 아주 멀더라도 좀 걷다가 교통을 이용하기, 이렇게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여행 스타일이 있다. 마찬가지로 지인 부부에게도 그들만의 여행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과 함께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지인의 남편이 아쿠아리움을 찾아가 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정보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리스본에는, 아직 우리도 가보지 못한, 근사한 아쿠아리움, “리스본 해양수족관(Oceanário de Lisboa)”이 오리엔트 역 근처 나쏘엔스 공원(Parque das Nações)에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커다란 중앙 수족관에서 거대 가오리와 상어 등을 비롯한 다양한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펭귄’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눈 앞 가까운 곳에서, 수십 마리의 펭귄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환호하며 펭귄들의 곁을 좀처럼 떠나지 못하는 그녀 덕분에, 나도 함께 이 귀여운 생물들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었다.    



 아쿠아리움을 한참 둘러본 후, 우리 네 명은 바스코 다 가마 쇼핑몰에 있는 레스토랑 “Lusitana Cervejaria”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나와 크리스는 각각, 레드 와인을 곁들인 버터가 잔뜩 들어간 서로 다른 부위의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지인은 그린와인을 곁들여, 새우를 먹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둘이 지낼 때는 집에서 저녁을 만들어 먹을 생각만 했지, 좀처럼 이런 식당에서 식사를 할 생각은 좀처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쿠아리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 앞을 몇 번이고 스쳐지나가기만 했지, 그 안에 들어서보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의 여행 스타일이 우리만의 세상이라면,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여행 스타일은 우리에게는 또 다른 세상일 것이다. 리스본에 우리를 만나러 찾아온 이들 두 사람 덕분에, 우리는 리스본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만날 수 있었다.


@ 결국 그들은 리스본을 여행하는 동안 생긴 짐을 H&M 쇼핑백에 넣어서 들고 다니다가 돌아갔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다음날 비행을 위해 호텔로 돌아가는 그들의 쇼핑백 아랫부분이 반쯤 터져가던 조마조마한 모습을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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