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될 때쯤 난 리스본으로 세 번째 한 달 살기를 위해 떠나왔다.
작년 한 해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던 한 해라 2019년을 마무리하고 꼭 떠나오리라 마음 먹었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출국해도 될까 고민하다 예정대로 출국했고, 한 달 살기를 마무리 하게 될 지금 난 다시 리스본에서의 출국을 고민하고 있었다. 포르투갈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손이 닿지 않는 청정지역인 것에 반해(엊그제 최초확진자 2명이 생겼다) 한국은 어떤 사이비 종교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비롯해 주변 친구, 지인 할 것 없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만류했다. 지금이 최대의 고비인 것 같으니 이 때만 지나서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그런 말들을 듣고 한참을 고민했더랬다. 진짜 한국으로의 복귀를 미뤄야 하는 건지 아니면 예정대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지를 놓고. 고민 끝에 예정대로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여정을 늘리려면 항공권을 변경해야 하는데, 난 저렴한 티켓으로 왔기 때문에 항공권 변경이 새로 끊는 것만큼 비쌌고, 체류기간이 늘어나면 늘어나는 만큼 체류비용도 만만치 않아질 것이고,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유럽에서 동양인에 대한 차별도 있다고 하니까. (아직까지 포르투갈에서는 동양인에 대한 차별을 느껴본 적은 없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비행을 해보고자 유료좌석이라도 결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항공사 홈페이지를 접속하는 순간 눈에 띄는 공지가 보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항공권 변경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공지를 보는 순간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먹은 마음이 흔들렸다. 마음 한구석에 있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걱정스러움과 함께 조금 더 쉬고 싶다는 생각이 시너지를 일으켰다. 사실 난 리스본에 더 머물고 싶었던 것이었나보다.
항공권 일정을 변경하고 급하게 다시 숙소를 찾아 예약을 했다. 혹시 동양인이라 예약을 거부하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수월하게 예약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난 리스본에서 조금 더 머무르기로 했다. 포르투갈에도 확진자가 나타난 만큼 사람들이 많은 관광지는 피하고, 동네 공원에 가서 쉬고 그림도 그리고 하면서 지내려고 한다. 한국은 고생중인데 여기서 지내는 것이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일도 일상도 잠시 쉬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