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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Sep 08. 2015

조금 민망해도 괜찮아

2006. 인도 ::: 오르차 / 카주라호


#1. 느긋한 시간의 끝판왕 - 미니양


 오르차에서의 2일은  평화롭기만 했다. 쨍쨍 내리쬐는 햇빛 아래 오래 걸어다니긴 힘들었지만, 꼭 어딜 다니지 않아도, 동네마실만으로도 충분한 마을이었다. 이 작은 마을 오르차에 들러보기로 한 것은 꽤나 좋은 선택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오르차에서의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 있을 정도로 좋았던 장소이다.


 그냥 설렁설렁 걷기만 해도 좋았던 그 곳에서 끊어질 위험에 놓였던 배낭을 고쳤다. 길거리를 걷다 미싱일을 하는 아저씨에게 대뜸 배낭을 들이댔다. 그리고는 손짓으로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 같았던 배낭의 끈을 이어달라고 했다. 내 손짓을 알아들었는지 아저씨는 정성스럽게 여러번 미싱을 돌려 내 배낭 끈을 튼튼하게 이어주었다. 덕분에 새로 배낭을 사야하는 것은 아닐까 했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고마운 마음에 돈을 내밀었더니 아저씨 어쩔 줄 몰라한다. 20루피를 손에 쥐어드리고 돌아서는데, 아저씨 활짝 웃으며 좋아하셨다. 

'이걸로 한 끼 식사는 하시겠지. 고마워요, 아저씨.'


인도에서 사기를 당할 염려나 소매치기 걱정없이 마음 편하게 다녔던 유일한 마을이었던 것 같다.  지금 오르차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끼니 때마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핀투와 신투네 식당은 잘 있으려나?



::: 엄마 소, 아기 소 엉덩이가 닮았네 :::






#2. 조금 민망해도 괜찮아 - 미니양


 오르차에서의 휴식을 아쉬움에 묻어두고 카주라호로 발길을 돌렸다. 카주라호는 미투나상으로 유명한 사원군이 있는 곳이다.  오르차에서 2일동안 별다른 고생없이 지냈는데, 오늘 카주라호로 이동하면서 다시 고생길이 열렸다. 잘 모르는 역무원 아저씨 때문에, 아침부터 하루에 한 대 있는 카주라호행 버스를 놓칠 뻔 했다. 겨우 탄 버스에서는 줄기차게 인도음악이 흘러나왔고, 좁은 버스 안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렇지만 그 버스마저 중간에 문제가 생겨 지프차에 옮겨타고 가야했다. 많이 타야 10명 정도 탈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지프차에 사람들을 구겨(?)넣기 시작하더니, 결국 21명이나 타게 되었다. 난 지프차 트렁크 바닥에 앉아가게 됐는데, 현지인들은 지프차 트렁크 문에 매달려 가거나, 지붕에 앉아서 가기도 했다. 정말 놀라운 경험과 함께 카주라호에 도착했다.

이제는 꽤나 익숙해져버린 인도에서 앞으로 더 얼마나 놀라운 경험을 하게될 지 궁금했다.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잠들었다 일어나 미투나상을 보기 위해 서부사원군으로 가보았다. 서부사원군 곳곳에는 카마수트라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미투나 조각상들이 빼곡하게 조각되어 있다. 20대 중반이었던 나였지만 보기가 꽤 민망한 미투나 상들이 아주 많았다. 소문으로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보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요즘은 제주도에 성박물관 같은 곳들이 있지만, 성에 대해 폐쇄적인 분위기에 가까운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조각상들의 모습이었다. 그래도 사람의 본능 중 하나이니까 부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들을 했다. 미투나상이 아니었어도 서부사원군은 공원처럼 산책하기에도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괜찮았던 장소였다.



::: 너무나도 귀여웠던 인도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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