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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an 15. 2023

한 달 살기, 어디에서 지낼 생각이세요?

지극히 개인적인 포르투갈 한 달 살기 숙소 고르기

 코로나 이전에는 거의 매년 포르투갈에 가서 한 달 살기를 했다. 어느덧 포르투갈에서만 네 번. 처음 포르투갈에 간 것은 첫 직장을 과감하게 때려치고 떠났던 첫 유럽 여행에서였고, 한 달을 살아보기로 결정한 것은 그 뒤로 더 갔던 두 번의 짧은 여행을 다녀온 뒤였다. 리스본에서 한 달을 머물러 보기로 결정한 후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찾을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웬만하면 어디서든 잘 지내는 편이라 어떤 아파트에서든 잘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리스본을 이미 세 번이나 여행했기에 대략적인 위치와 교통은 그럭저럭 잘 알고 있었다는 것.


 처음으로 리스본 한 달 살기를 해보기 위해 골랐던 아파트는 정말 가격만 보고 고른 곳이었다. 다른 아파트보다 최소 20만원 이상 저렴했던 이 아파트는, 시내 호시우 광장에서는 멀리 떨어진 알파마 언덕의 꼭대기에 있는 그라싸(Graça)에 위치해 있었다. 호스트는 친절해서 첫 인상이 매우 좋았다. 아파트 내부에는 침실도 따로 있고 거실 공간은 넓으며 창문도 많았다. 하지만 조금 지내본 뒤 알게 된 것은, 이 집이 완전하게 북향이라서 2월 리스본을 지내기엔 꽤 추웠던 데다가, 결정적으로 쥐가 출몰!!한다는 것이었다. 싱크대에 식재료를 넣어두면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뜯겨져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쥐의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밤마다 부스락거리는 쥐 때문에 식재료 관리에 엄청 신경을 쓰며 한 달을 지냈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한 달 살기를 해본 이후, 그곳에서 겪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오래 머물기 위한 숙소를 정할 때에 다음 몇 가지를 반드시 고려하게 되었다.


1. 슈퍼마켓의 위치

한 달을 살다 보면 매 끼니마다 레스토랑이나 식당에 가서 사 먹을 수는 없는 노릇. 결국 장을 봐서 해 먹어야 할 일이 생기고, 생필품을 구입해야 하는 일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숙소를 정할 때 도보로 갈 수 있는 슈퍼마켓의 위치를 항상 고려한다. Pingo Doce, Lidl, Continente 등의 슈퍼마켓 바로 옆에 위치한 숙소는 아니더라도, 최소 도보 15분 이내에는 그런 슈퍼마켓이 있는지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2. 교통편

한 달이라는 시간을 지낼 거라 관광지를 짧게 짧게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굳이 관광지 한복판에 머물지 않아도 된다. 리스본의 호시우 광장이나 포르투의 도루강 인근과 같은 관광지 한복판은 비싸기도 하고 시끄럽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연결만 잘 되어 있다면 관광지에서 좀 떨어져 있어도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 게다가 관광지를 벗어나서 지내다 보면 유명하진 않아도 그 동네만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짧은 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도 알게 되는 것 같다. 다만 중심가나 관광지에서는 떨어져 있다 해도 치안을 위해서는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는 그래도 가까운 곳으로 잡는 것이 좋다. 교통선에서 멀어질 수록 늦은 시각에 귀가하는 길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3. 가격

여행 예산이 넉넉하다면 교통이 편리하고 넓은 호텔이나 아파트에 머물면 되겠지만, 여행을 자주 다니는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일이다. 보통 한 달 살기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주로 알아보곤 하는데, 일단 그 도시의 숙소 가격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하는지를 보고 터무니없이 저렴한 숙소는 의심을 한다. 첫 번째 숙소에서 쥐가 출몰하는 것을 경험하고 났더니 싼 게 비지떡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예산에 맞는 숙소를 잘 골라야 하겠지만 싸다고 무턱대고 결정했다가는 한 달 동안 고생만 할 수도 있다.



4. 아파트의 특징

아파트를 고르다 보면 아파트마다 특징들이 있다. 따라서 자신이 주거 요소들 중에서도 특히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고르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리스본의 경우, 특히 알파마와 같은 구시가지의 경우에는 집의 구조가 전반적으로 좁고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는 형태인 곳이 많다. 이런 곳은 창문이 작아서 채광 효과를 누리기 힘들고, 유럽이다 보니 겨울에는 습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어떤 곳은 방이나 거실 공간은 넓은데 부엌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곳들도 있다. 나는 부엌에 집기가 제대로 갖춰진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파트를 고를 때 부엌을 유심히 보곤 한다.


 그리고 사진으로 아파트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데, 사진 상으로 알기 힘들 때는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대부분의 호스트들은 친절하게 대답을 해준다. 내가 자주 물어보는 질문은 커피머신, 와인오프너가 있는지 그리고 청소와 쓰레기는 어떻게 하는지, 또는 침대시트와 수건은 여분이 넉넉히 있는지 등등이다. 호스트와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서 자신에게 맞는 아파트를 잘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달이라는 기간은 여행과 사는 것 사이의 그 어느 중간쯤이라고나 할까? 짧은 여행이 아니라 짧게 사는 것이기 때문에 숙소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숙소가 편하면 한 달 동안 동네에만 머물러도 좋을 수 있을 테니, 즐거운 한 달 살기를 위해서 자신에게 어떤 아파트가 맞는지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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