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트레코드 청주
대학교 시절 잠시 청주에서 통학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청주를 가게 되었다. 그 이유인즉, '2024 아트레코드 청주'에 작가로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방 전시는 순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작품들이 망가질까 걱정되어 작품을 둘둘 싸고, 또 싸고... 과하다 싶게 포장을 한 채 큰 캐리어에 담아 청주로 내려갔다. 예전 처음 전시를 할 때에는 작품을 설치하는 그 순간까지도 모든 것이 낯설어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몰랐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에는 익숙해지는지 작품을 포장하고 운반하고 설치하는 모든 작업들이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이른 아침 서울에서 청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1시간 40분 남짓 달렸다. 오랜만에 도착한 청주의 모습은 사뭇 낯설게 느껴졌는데, 그건 아마도 청주에서 통학하던 동네와는 아주 먼 곳에 내려서 그랬던 것 같다. 이번 아트레코드 청주가 열리는 전시장은 '문화제조창'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바로 옆 건물. 다행스럽게도 청주대 고속/시외버스 정류소에 내리면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거리에 있다.
한낮에는 여전히 덥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입에 물고 캐리어를 끌고 밀어서 문화제조창에 무사히 도착했다.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 가 본 문화제조창 건물은 1층에는 식당과 카페를 비롯한 상점들이 있고, 위층은 갤러리와 사무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꽤 멋진 곳이라서 첫인상이 무척 좋았다.
이번 '아트레코드'에는 50인의 작가가 참여하는데, 각자 본인의 구역에 직접 작품을 설치하는 방식이었다. 도착한 전시장에는 이미 설치를 완료한 작가들도 있었고, 아직 설치를 하지 않은 작가들도 있었다. 가나다순으로 정했다는 나의 부스는 21번 부스. 이번에 설치할 작품은 총 11점이었다.
할당된 벽 사이즈에 맞춰서 나름 설치 레이아웃을 정해서 갔는데, 막상 다 설치하고 보니 너무 옹기종기 작품들을 붙어있게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쩌면 다른 작가들의 영역(?)에 침범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던 모양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암튼 최대한 정성을 들여 작품을 배치하며 걸어 놓고 났더니, 늘 그렇듯이 전시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최근 작품 활동에 게을러진 나에게 아쉬운 마음이 더 크게 들었다.
작품 설치를 끝내고 나오는 길, 언젠가 나의 작품도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될 수 있도록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봐야지 하고 결심했다. 빈 캐리어를 끌고 서울로 돌아오는 청주의 하늘은 하염없이 맑기만 했다.
2024 아트레코드 청주
2024.09.04-07
문화제조창 3층 21번 부스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