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관람기
아트레코드 전시 설치를 끝냈다.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서울로 그냥 올라오긴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바로 옆 건물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무작정 들어갔다. 작품을 운반하느라 커다란 캐리어도 가지고 있어서 전시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술관은 어떠한지, 그리고 무슨 전시를 하고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미술관을 관람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작품을 만드는 게 직업이기도 해서 그런지 미술관에 가면 그 날은 생각보다 진이 많이 빠져서 굳게 마음을 먹고 나서 보지 않으면 안된다.)
미술관에 들어가니 캐리어는 입구에서부터 맡기고 들어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일단 대형 캐리어는 따로 맡기고, 작은 가방들은 티켓 카운터 오른쪽 뒤 물품 보관함에 넣었다. 지금은 '드로잉'에 관련된 전시를 하는 중이었는데, 아마도 상설전시의 일환인 것 같았다. 입장료는 무료. 꼭대기층인 4층에서부터 관람하면서 내려오려고 했는데, 4층의 경우에는 실제 수장고를 일부만 개방해서 관람하는 형태여서 평일엔 매 시 정각마다 10명 내외로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말에는 상시 개방이라고는 하는데, 어쨌든 우린 평일 방문이라 시간이 맞지 않아서 일단 다른 곳부터 보기로 했다.
3층에서는 디지털 드로잉에 관련된 전시를 하고 있었다. 출력된 이미지, 영상, 설치 작품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나의 경우에도 디지털 드로잉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것과 관련해서 요즘에도 고민을 많이 하는 중이다. 그리고 3층 전시는 그런 나에게 딱 맞는 전시였다. 다른 작가들이 어떤 식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지 어떤 고민이나 생각을 가지고 하고 있는 지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작업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했고.
3층을 둘러보고 났더니 4층 수장고 개방 시각이 되어간다. 덕분에 미술관/박물관 수장고 안에 들어가 보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시간에 맞춰 수장고 문이 열렸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실내화로 갈아 신고, 몇 가지 주의할 점을 전달 받은 후에야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드로잉'이라는 주제에 맞게 여러 작가들의 드로잉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정교한 드로잉부터 익살스러운 모습들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전시장이 아닌 작품 보관을 목적으로 한 수장고이기 때문에 천장도 낮고 조명도 어두웠지만, 이곳에서 보는 작품들은 평소와 다르게 느껴져서 색다른 느낌이었다.
2층의 개방 수장고에서 유영국 화백의 작품을 눈여겨 봤다. 1층에서는 조각과 조형 예술 작품들, 그리고 미술관 아트샵까지 알차게 둘러볼 수 있었다. 미술관에서 나오는 길, 많은 작품들을 보고 생각하고 또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하는 이런 고민들이 멋진 작품들로 탄생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