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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Sep 19. 2024

포르투 카페에 대한 소소한 추억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포르투(Porto)'를 말하면 즉시 떠오르는 카페가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하루에 1-2잔 정도는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이래저래 꽤 많은 카페를 들어가 보게 된다. 그 중에서도 포르투라는 도시 공간에 대한 나의 인상을 더욱 좋게 만들어준 곳이 있으니, 그 카페의 이름은 <TUPI>이다. 아니 '였'다. 커피와 빵, 그리고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뭐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기는 하다.



 거의 10년 쯤 전이었나? 처음 갔을 때만 해도 정말 이 가게는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의 카페였다.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서 간단하게 커피 한 잔, 빵 한 조각을 먹으면서 신문을 보고 TV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런 분위기. 점원들도 모두 머리가 하얗게 샌 어르신들인데 모든 게 익숙하고 편안해 보여서 그 카페에 딱 들어맞는 듯해서, 나에게는 마치 한 편의 그림처럼 느껴졌던 곳이었다.



 처음 갔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간단하게 아침 먹을 곳을 찾다가 가게 바깥에 라떼+빵 한 조각이 1유로라는 POP를 보았다. 한국과는 다르게 처음 가는 곳에서 메뉴와 가격을 바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특히 여행자에게는 꽤 큰 메리트이다. 하지만 문제는 난 포르투갈어를 전혀 못할 때였기 때문에(지금은 음식 단어 정도는 알게 되었다.), 저 메뉴를 주문하기 위해 POP 사진을 찍어 가지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에 들어서자 따뜻하게 인사를 해주시며 주문을 받으러 오신 할아버지께 다짜고짜 카메라를 내밀면서 POP 사진을 보여드렸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갑자기 엄청 유쾌하게 웃으시는 것 아닌가? 그런 방법으로 주문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 다른 할아버지 직원들에게 그리고 주변 단골 손님들에게까지도 나의 신박한(?) 주문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금세 온 가게 안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바로 머리 위를 가리키는 할아버지. 고개를 들어보니 바로 머리 위에 줄로 매달아 놓은 똑같은 POP 종이가 있었다. 이후 난 무사히 라떼 한 잔과 버터를 바른 빵 한 조각을 받을 수 있었다. 친절한 점원 할아버지와 단골 어르신들은 나에게 무언가 한두 마디 말을 건네셨지만 내가 그걸 알아 들을 리 만무했고, 그저 어디서 왔냐는 질문만 겨우 알아듣고 '꼬레 두 술' 하고 대답을 하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가벼운 아침 식사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다시 한 번 따뜻하게 인사를 해주시던 할아버지들의 그 모습이 너무나 따뜻하고 좋았어서, '다음에 또 꼭 찾아가야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찾아 갔을 때에는 모든 것이 다 바뀌어버린 후였다. 분명 가게 이름은 그대로인데, 내부 인테리어와 전체적인 분위기가 전부 달라져 있었다. 심지어 점원들까지도 모두 젊은이(?)들로 바뀌어 버렸다. 아마도 구시가지 한복판에 있어서 결국 현지인보다는 여행자들을 위한 가게로 바뀐 모양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코로나를 지나는 동안 이 곳에도 큰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꽤 시간이 흘렀으니 바뀌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막상 기억과는 전혀 다르게 바뀐 모습을 보니 괜스레 속상해졌다. 결국 바뀐 가게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나의 <TUPI>는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난 모든 것이 빨리 변해가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음에도, 항상 막연하게 내가 좋아하는 그곳만큼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거라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지만, 예기치 않게 변해가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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