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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ul 31. 2024

아무 때나 여행을 가고 싶은 것은 아니에요

여행도 늘 좋을 수만은 없는 것

"우리 여행 갈래?"

"좋아!"


 지인들과 있으면 이런 식의 대화가 이따금 이어지곤 한다. 아무래도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은,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과 여행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 나를 위한 대화주제이기도 할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만... 막상 여행을 실제로 떠나는 일은 언제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지인들이 내가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행은 아무때나 가기만 하면 내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혼자 여행을 할 때야 오로지 나의 스케줄대로 나의 방식대로 나의 여행을 하면 되지만,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해서 여행을 준비할 때는 신경쓰고 조율해야 할 것들이 엄청나게 많아진다. 물론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내가 다녀와본 여행지라면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나에게도 그냥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정작 그들은 모른다.


 특히 이것저것 여행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그들의 사정으로 여행이 취소가 되어 가지 못하게 되면 정말 허무하기 짝이 없다. 각자 여행을 취소하는 안타까운 이유들이야 있겠지만, '못 가게 됐다.'라는 가벼운 통보를 받을 때면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런 일들이 여러 번 발생하다 보니 이제는 누가 여행을 가자고 해도 믿지 않거나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날짜가 다가와서야 준비를 하게 된다. (여행 직전에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도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가며 여행을 가는 것인데, 그렇게 계획을 엎어도 내가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이니까 아무때나 쉽게 혼자 떠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나보다.


 내가 여러 번 다녀와 본 여행지라 하더라도, 가족이나 친구들이 가자고 하면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여행'이라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여행을 함께 떠나지 못한다고  통보받고 혼자 가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 여행에 부여했던 의미는 거의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 사람과의 여행'이기 때문에 즐거웠었는데, 예약취소가 되지 않으니 '가야만 하는 여행'이 되어 버린달까?


 좋은 말도 한 두 번이고, 좋아하는 일이라도 늘 좋을 수만은 없는 법. 내게는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여행을 준비 한다는 것, 그리고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분명 기쁘고 설레는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나 여행에 관한 모든 게 즐거울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한 편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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