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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Oct 30. 2015

오타루, 겨울바다와 오르골


#1. 겨울바다와 오르골- 고래군


 이른 저녁을 먹고 난 우리는 오타루를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만나는 풍경은 느린 속도로 마주해야만 그 속살을 어렴풋하게라도 보여주는 법이다.


“오빠 어디로 갈래요? 오르골당도 있고, 운하도 있어.”

“오르골당? 뭐야 그게?”

“오르골 몰라? 그 왜 돌아가면서 음악 나오는 거.”

“아는데, 오르골당? 당? 아아! 전시장 같은 거에요?”

“응. 전시도 하고, 판매도 하고 그래.”

“오오! 거기 그럼 실내겠네. 추우니까 거기부터 가자!”

“오르골이 궁금한 게 아니라 추운 거냐!”


 거리에 보이는 건물들이 마치 티비에서 본 적 있는 유럽의 건축물들을 닮았다. 한국처럼 싸구려같은 느낌이 아니라,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내었음을 보여주는 그 질감이 풍경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아마 유신시대나 그 직후에 지어진 건물인가보다. 그 와중에 보이는 일본식 건물들. 하지만 오타루의 정체성은 서양의 문물에 잠식당한 동양의 모습보다는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 살기 전까지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방인의 눈에 비친 모습들만을 담아야 하겠지.


 오르골당(堂)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입구에는 사람들이 신발에 묻혀 가지고 온 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그 안쪽으로는 예쁘게 반짝거리는 오르골들이 수없이 모여 있다.


“와- 목조건물이야 이거? 엄청 크다.”

“오빠 저거저거! 저거 예쁘다!”

“와- 기둥을 저렇게 올리고 층을 저렇게 구분했구나.”

“오빠! 저것도 예쁘다!”

“가운데를 둘러서 가장자리로 층을 나누었구나.”

“오빠! 오르골은 안 보고 뭘 보냐!”

“생각보다 따뜻하네? 목조건물이라 찬바람이 새는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응? 네?”


 바깥으로 나온 우리는 운하를 보러 갔다. 가는 길 도중 풍경과 가게들에게 발길을 붙잡힌 사람들, 그리고 풍경과 가게를 보는 사람들을 보는 나. 그리고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마주치는 것들은 나를 가만히 응시한다.

길을 지나고 쌓인 눈을 지나 걷다 보니 창고처럼 생긴 길다란 건물과 건물 옆으로 작은 강물처럼 찰랑이는 물이 나타났다.


“나는 운하라고 해서, 베네치아처럼 도시 곳곳으로 이어지는 물길을 생각했어.”

“아악! 이탈리아 꺼져! 내 앞에서 이탈리아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지!”

“어? 아 미안.”


 그녀의 말에 의하면 오타루 운하는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것을 바라보던 우리는 해가 지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다른 길로 들어서자 바다가 보인다. 눈이 내리는 겨울바다. 낭만적인 울림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단어의 조합이다. 하지만 울림과는 다르게 눈이 내리는 겨울바다는 그저 뿌옇게 보이기만 할 뿐이다. 내리는 눈이 시계를 가득 메워버리기 때문이다. 마치 안개가 잔뜩 낀 것처럼 먼 곳은 뿌연 장막으로 가려져버린다. 매서운 바람에 눈이 흩날리는 모습은 간혹 아름답고 웅장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일단 눈이 그치고 하늘이 개이고 나면, 드러난 맨살을 베어버릴 듯한 바람만 제외한다면 겨울바다는 역시나 낭만적이다. 하얀 대지와 짙은 푸른색의 바다는 그것을 마주하는 사람에게 마치 자기 내면을 마주하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우리가 만난 오타루의 바다는 그러했다.   








#2. 생애 첫 호텔의 아침밥- 미니양


 첫 날 오타루 탐험은 그렇게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일본에 왔으니, 꼭 먹어줘야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삿포로 한정 맥주인 삿포로 클래식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반 하우텐 코코아!! 일본에서의 첫 날은 그렇게 먹고 마시며 마무리가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일찌감치 눈을 떴다. 원래대로라면 늘어지게 체크아웃 시간까지 잤겠지만, 오늘은 호텔 아침 조식을 먹어야 하니까! 우리는 호텔 예약할 때 조식을 신청하지 않았지만, 호텔 체크인을 할 때 받은 조식권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오빠! 우리 아침 먹으러 가요!”

“아침? 그거 돈 내라고 하면 어떻게 해?”

“우선 먹고 나중에 돈 내라고 하면 내지, 뭐.”

“그럴까?”

“응! 우선은 먹자!”


 그렇게 우리끼리 결론을 내고 아침식사를 하러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일본식 아침식사와 뷔페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우린 뷔페로 선택! 입구에 조식권을 내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아침식사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도 흘깃 확인을 했다. 1인당 1,300엔. 그리고 생각했다.


‘한 사람당 1,300엔이면 우린 두 사람이니까 2,600엔. 내라고 하면 내지, 뭐.’


 씻지도 않고, 눈은 반쯤 감은 채 먹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올라갔던 아침뷔페는 꽤나 괜찮았다. 토스트, 빵에서부터 죽에 생선절임까지... 푸짐하고 거하게 먹고 마무리로 커피 한 잔!

 배부르게 먹느라 잠도 다 깼다. 일어난 김에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오타루 시내로 나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가온 정산의 시간... 고래군과 나는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지불하라는 금액을 확인했는데... 받아든 영수증에는 숙박비만이 적혀있었다. 그 순간 마주친 고래군과 나의 눈엔 사악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겉으로는 당연하다는 듯 계산을 하고 호텔을 나섰다. 우리를 체크인을 도와줬던 초짜 직원 덕분에 우리 고래군은 호텔 조식을 처음 맛볼 수 있었다. 


고마워요, 직원님!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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