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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Nov 05. 2015

삿포로에서 건져온 생각들

2012. 일본 ::: 삿포로


#1. 머지않은 미래- 고래군 (+미니양의 코멘트)


 오타루에서 경험한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가격 차이는 한국과 마찬가지였다.(심지어 물가도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싼 편이다.) 덕분에 삿포로에 도착해서도 나는 눈에 불을 켜고 슈퍼마켓의 위치를 찾게 되었다.

+ 그래서 매일 저녁 슈퍼마켓 마감시간에 슈퍼마켓을 도는 것이 하루일과의 마무리가 되었더라지. 맥주는 어디가 싸고, 어느 슈퍼마켓은 스시가 맛있었고 하는 슈퍼마켓 비교가 가능할 정도... 슈퍼마켓 정보는 한꺼번에 정리해서 올릴 예정!


 편의점이라고 하니 생각난 건데, ‘스스키노에키’ 근처에 있는 편의점 앞에는 재떨이가 하나 놓여있고, 삿포로의 중심거리는 길거리 흡연이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나는 간혹 그곳에 멈추어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 편의점 앞에 서 있다 보니 유리벽에 파트타임을 모집한다는 종이가 붙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시급이 팔백 엔(¥) 정도라고 적혀 있다. 어쩔 수 없이 자꾸 한국과 비교하게 된다. 물가는 비슷한데, 편의점 알바 시급은 뭐 이리 차이가 나는 것인지.

+ 스스키노에키 근처 편의점이란 아파호텔 스스키노에키마에 점과 스스키노 사거리 사이에 위치한 사무라이 푸딩집 옆을 말한답니다. 그 쪽에 요시노야, 마츠야도 있어서 흡연자들에게는 식후땡의 장소로 유용하겠죠?


 문득 나는 왜 자꾸 한국과 비교를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그녀와 내가 말없이 돌아다니고 있노라면, 그네들 눈에는 우리도 자기네 나라 사람처럼 보여서일지도 모르겠다. 뭔가를 사고 나서 계산을 하려 하면, 그네들은 자연스럽게 자기네 말로 이것저것 말을 한다. 대충 알아듣고 계산하기 마련이지만, 간혹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섞이기라도 하면 우리는 다시 물음표를 둥둥 띄워 보낼 수밖에 없다.(사실 며칠 지내고 나서는 못 알아듣는 경우는 거의 없게 되었다. 계산할 때 나오는 단어가 거기서 거기인 까닭에….) 아마도 우리 말투가 조금 이상하더라도, 그냥 지방 사투리인가보다 하고 마는 모양이다.

+ 말을 못 알아들어 물음표를 둥둥 띄우고 있다가 말을 하고 있는 쪽도, 이 쪽도 서로 "앗! 스미마셍!" 하고 사과하기가 일쑤였다죠. 일본어 공부를 늘 열심히 해보자 마음 먹지만 한국에 돌아오면 그 마음은 또 안드로메다로....


 아무튼 한국에서 사람들이 우스갯소리처럼 토해내던 ‘오르지 않는 것은 오직 월급뿐’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리라. 한국의 미래가 궁금하면 일본의 가까운 과거를 살펴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도 머지않은 미래에 곧 거품이 ‘펑!’하고 터지는 사태가 오는 것일까?

+ 오르지 않는 것은 월급 뿐. 인정하기 싫지만 그것이 바로 현실이란 것이 씁쓸해지네요.    









#2. 안녕. 그리고 안녕?- 고래군 (+미니양의 코멘트)


 오타루에서 내내 미끄러지며 걸어 다니는 내가 못미더웠을까? 그녀는 나에게 신발을 사라고 계속 재촉해왔다. 이른바 ‘옷과 신발은 현지에서 현지인이 입고 신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 그녀의 논리이다. 그리고 사실 나도 그녀의 그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어쩐지 제법 오래 신어온 이 신발과 헤어진다는 데서 자꾸 머뭇거리게 된다. 오타루도 그렇고 여기 삿포로도 그렇고 재미있는 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부츠를 많이 신고 다닌다는 것이다. 하긴 워낙에 춥고 워낙에 눈도 많이 내려야지, 이 환경에서는 저런 부츠가 가장 어울리는 신발이기는 할 터이다.


 정든 녀석과 헤어진다는 것이 머뭇거림의 표면적인 원인이라면, 사실 그 심층에는 돈에 대한 걱정이 있던 게 사실이다. 보통 한국에서라면 부츠 종류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상당한 가격에 팔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삿포로에 도착하고 나서도 며칠 동안은 신발을 사 신으라는 그녀의 요구(?)를 못 들은 척 흘려보내며 지냈다.


 그러던 와중 그녀와 함께 타누키코지 니쵸메(2丁目)로 접어들자마자 거리 가판에 놓인 검정 스노우부츠가 그녀와 나에게 손짓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격은 2,000엔(¥) 정도. ‘한국에 비하면 엄청 싼 가격이다.’, ‘오빠 언제까지 내가 신발 사라고 졸라야 하냐.’, 심지어는 ‘사준대도 싫다는 건 무슨 심보냐.’는 말까지 듣는 상황에서 맞닥뜨린 그 녀석은 차라리 내게 있어서는 하늘이 마지막으로 던져준 구원의 동아줄과도 같았다. 그래 지금 이 녀석보다도 오히려 싸다. 어라? 동대문보다 더 싼 신발이라고? 가격 때문에 든 의심에 꼼꼼히 신발을 살펴보았다. 이건 뭐, 튼튼하고 가볍다. 그런데 왜 이리 가격이 싼 거지? 어쩌면 정말 하늘이 나의 궁색함이 꼴보기 싫어 내려준 기적일지도 몰라.


이제 몇 년동안 정든 신발에게 작별인사를 보낸다. ‘안녕.’

 그리고 가볍고 따뜻하고, 심지어 눈길 위에서 전혀 미끄러지지 않는 새로운 녀석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아 참. 조금 더 돌아다녀보니, 신발이 아주 많이 싼 것은 아닌 것도 같더라. 타누키코지나 그밖에도 다른 상점에서도 많은 신발들이 ‘그 정도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더라.


+ 고래군은 한 번 꽂히면 그것만 입고 신는 버릇이 있어요. 티셔츠도, 바지도, 신발도... 그래서 내다버리고 싶을만큼 옷이나 신발이 망가져도 계속 그것만을 고집한답니다. 당분간 우리 고래군은 새 부츠가 닳아 없어질때까지 또 신겠죠;;;;



::: 삿포로에 있는 타누키코지 상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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