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사진에 대해

::: 미니양으로부터 :::

by 미니고래

여기 저기 누비고 다니다보면 눈으로만 담아두기에는 아까운 풍경들을 만난다. 그럴 때면 당연히 버릇처럼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다. 사진은 그 여행을 추억하고, 그 당시 가졌던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켜주기 때문에, 사진을 아예 찍지 않고 여행을 다닐 순 없다. 하지만 카메라 프레임 속 풍경은 실제 보는 것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내가 전문적인 사진작가도 아니기에 사진 찍는 스킬도 뛰어나지 못하니까 그렇겠지.


멋진 풍경 사진들을 보면 '나도 사진을 한 번 배워볼까'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이내 마음을 접는다. 사진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아가다보면 사진 찍는 일이 부담스러워질 것 같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지금은 찍고 싶은 풍경을 만나면 편안하게 사진을 찍지만, 조금 알게되면 구도며 노출이며 신경쓰다보면 사진찍기가 재미없어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난 좋은 카메라를 들고 다닐 자신도 없다. 예전에 똑딱이를 벗어나 준DSLR 카메라를 들고 유럽여행을 간 적이 있다. 목에 카메라를 걸고 다니면서 멋진 사진을 찍어보겠다며 빨빨거렸지만 지금 그 카메라는 더이상 내 것이 아니다. 여행이 끝나는 마지막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소매치기 당했기 때문이다. 평소처럼 작은 똑딱이였다면 몸에 지니는 작은 가방에 넣고다녀 잃어버릴 일이 없었을텐데, 카메라가 크다보니 가지고 다니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카메라는 나를 떠나 이탈리아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내 생애 처음으로 가졌던 좋은 카메라를 보내고, 난 다시 똑딱이 보유자로 돌아왔다.

잃어버린 카메라로 찍었던 사진들을 봐도 똑딱이로 찍은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사진찍는 내 스킬 때문에) 좋은 카메라를 사는 것을 포기했다. 그 뒤로는 똑딱이 하나만 가지고 여행을 다닌다. 몸에 지니는 보조가방안에 쏙 들어갈 정도의 카메라면 딱 좋다. 요즘은 핸드폰으로도 사진을 많이 찍지만, 그래도 아직 난 카메라로 찍는다. 핸드폰이 훨씬 편리하긴 하지만, 카메라가 뭔가 더 믿음직한 기분이랄까? 뭐, 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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