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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Apr 27. 2016

지도를 보는 즐거움

::: 미니양으로부터 :::

 나는 시간 날때마다 지도를 본다.

종이 지도는 없으니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지도를 이용하는데, 특히 답답할때나 기분이 울적할때 여기저기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좀 나아지기 때문이다. 멍하니 지도를 보고 있노라면 지나가는 사무실 사람들이 물어온다. 


 "어디 휴가 가요?"

 "아니요. 그냥 보는 거예요."


라고 대답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고 지나간다. 지도를 그냥 보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난 어릴적부터 지도를 보는 것이 좋았다.


 사실 내가 지도를 원래부터 좋아했던 것인지 아빠의 교육에 의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가족여행을 갈 때마다 운전하시는 아빠 옆 조수석에 앉아 지도를 보며 네비게이션 대신 길을 알려주곤 했다. 아빠는 조수석에 앉은 내게 두꺼운 지도책을 주며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길을 찾아보라고 했었다. 처음에는 복잡해보이기만 하는 지도책을 왜 보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재미도 없었다. 하지만 조금씩 지도를 보게 될 줄 알면서 지도를 보는 일이 즐거워졌다.  지도를 보고 있으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 길 끝에 뭐가 나오는지 알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 


 어른이 되고, 여행을 다니면서부터 지도를 보는 일이 많아졌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낯선 곳에서도 지도 한 장만 주면 길을 찾아다니는 일이 익숙해졌다. 그렇게 지도를 들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다보니, 그 지도 속 장소들에게 나의 추억이 입혀졌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의 이름을 보면 여행했을 때의 추억이 함께 떠오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지도를 보는 행위가 내게는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오늘도 난 멍하니 지도를 본다. 넓은 세상 속 내가 걸어갔던 길은 어딜까, 앞으로 걸어가야할 곳은 어딜까 생각해보며 팍팍한 일상을 견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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