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한성대입구역) <서울왕돈까스 성북동본점>
어느 화창한 평일 오후, 오랜만에 성북동을 찾았다. 나에게 성북동 하면 떠오르는 두 가게가 있는데, 한 곳은 수연산방, 그리고 왕돈까스집. 사실 성북동에 왜 왕돈까스가 유명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왕돈까스를 파는 가게로 유명한 집들이 몇 개 있다. 그중에서 이번에 들른 곳은 <서울왕돈까스>. 점심시간 직전이라 그런지 가게엔 많은 사람이 있진 않았고 우리는 2층으로 안내를 받았다.(본격적인 점심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가득 찼다.) <서울왕돈까스>는 처음 들어가 봤는데 가게 인테리어는 여느 식당과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2층에서 보는 성북동 풍경이 멋졌다. 가게의 위치가 경사 꼭대기 즈음에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았다. 왕돈까스를 비롯해, 함박스테이크, 생선까스까지 다 포함된 서울정식(15,000원)을 주문하고 화창한 날씨의 성북동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서울왕돈까스는 어릴 적 먹었던 경양식 돈까스여서 반찬으로 깍두기와 풋고추가 세팅되고, 수프가 나왔다. 수프는 우리가 어린 시절 많이 먹었던 부드럽고 고소한 그 맛이었다. 수프 한 그릇을 후딱 비우고 나니 주문했던 서울정식이 나왔다. 커다란 접시에 왕돈까스 반 개, 함박스테이크와 생선까스, 그리고 각종 사이드 음식이 가득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접시를 본 순간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어보고 싶었으니까 일단 먹어보기로 했다. 하나씩 하나씩 맛을 보니 익숙한 맛이 느껴졌다. 우리가 아는 경양식의 맛이었다. 외국의 맛이 아닌, 원래부터 우리나라에 있었을 것만 같은 한국의 맛처럼 느껴졌다. 요즘 워낙 맛있는 돈까스도, 함박스테이크도, 생선까스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식당들도 많지만 가끔 이런 경양식의 맛이 생각날 때가 있다. 특히 어릴 적 외식 메뉴가 경양식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세 가지 메뉴들을 함께 먹다 보니 슬슬 배가 불러왔다. 더부룩한 오후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깝지만 음식을 남겨야만 했다. 그래도 다양한 메뉴들을 한 번에 먹어볼 수 있어 좋았고,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세 가지 메뉴를 한 번에 완식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평일 오후 성북동에서 차 한 잔까지 하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뒤에 일정 때문에 그럴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성북동에 갔는데 경양식 돈까스가 떠오른다면 찾아가 보자.
- 서울왕돈까스 성북동본점
서울 성북구 창경궁로35다길 140 1,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