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유림면>
광화문, 시청일대에서는 점심시간마다 줄을 길게 선 가게들이 있다. 사실 이 지역에서는 워낙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정말 맛이 없지 않는 한 대부분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 점심시간을 10-20분 당겨서 나가도 사정은 마찬가지. 그 중에서도 어느 정도 맛과 가격이 보장된 곳이라면 더 길게 줄을 서기 마련이다. 그 중 시청역 12번 출구쪽에 있는 <유림면>은 길게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가게이다. 미슐랭 빕구르망에 여러 번 선정되었고, 허영만의 식객,에도 소개된 바 있는 가게로, 신안 비금도 소금과 봉평 메밀로 면을 직접 제면하여 판매하는 곳이다. 미슐랭의 힘인지 맛이 있어서 그런건지 점심시간에 몇 번 시도를 했지만 번번히 긴 줄 앞에 발길을 돌려야 해서 이번에는 저녁시간에 가보자 마음을 먹고 퇴근을 하자마자 <유림면>으로 달려(?)갔다.
칼퇴 후 찾아간 <유림면>은 점심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점심시간에는 골목 끝까지 줄을 서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녁때에는 점심때에 비해 조금 한산한 분위기였다.(물론 저녁 피크 시간에는 줄을 서야하긴 했다.) 줄 없이 바로 가게에 들어갈 수 있어 놀랐고, 그 흔한 사이드메뉴 없이 메밀면 메뉴만 달랑 4개라 더 놀랐다. 메밀국수를 좋아하는 편이라 뭘 먹을까 고민하다 가장 궁금했던 메뉴였던 비빔메밀(12,000원)을 먹어보기로 했다. 주문 후 누가봐도 가게에서 직접 담근 것처럼 보이는 무 반찬과 국물이 나왔다. 그리고 조금 더 기다려 내가 주문한 비빔메밀이 나왔다. 동그랗게 말린 메밀면 위에 빨간 양념과 노란 달걀지단이 하얀 그릇에 담겨나왔다. 정말 단촐한 담음새여서 보자마자 '이걸로 배가 찰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잘 비벼서 한 입 먹었는데, 천상의 맛이 펼쳐진다기 보단 소박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라는 게 첫인상이었다. 비빔 양념때문에 온전히 메밀향을 느끼기엔 힘들었지만 일반적으로 먹는 비빔면과는 달랐고, 같이 나온 국믈은 텁텁하지 않고 깔끔해서 비빔면과 아주 잘 어울렸다.
전체적으로 심플하고 소박한 밥상이라는 생각과 사람에 따라 맛이 있다고 느끼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시중에서 파는 비빔면의 인공조미료 맛이나 자극적인 맛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유림면>의 비빔메밀은 맛있다고 느꼈다.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좋아하시는 엄마랑 오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줄이 길지 않은 시간에 엄마를 모시고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
- 유림면
서울 중구 서소문로 139-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