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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 간 기분

후쿠오카 니시진역 <키누가사(衣笠)>

by 미니고래

우리나라에도 몇 십 년 이상 영업을 하고 있는 백년가게 같은 식당들이 꽤 있다. 일본에도 오랜 시간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들이 많은데, 후쿠오카에는 어떤 식당들이 있을까 문득 궁금해져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니시진역 근처에 있는 이 레스토랑 <키누가사(衣笠)>, 1973년부터 영업을 하고 있는 오래된 경양식 레스토랑이었다. 니시진역에 내려 상점가를 따라 걸어가다 보니,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동네는 아니고 현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 분위기였다. 방문했던 날이 주말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길거리에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거리에 많이 보였다. 편하게 동네를 걷고 가볍게 장을 보고 하는 모습들이 우리의 주말 일상과 많이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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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가를 따라 걷다가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니,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우리가 찾던 <키누가사>도 금방 찾을 수 있었는데, 오픈시각이 12시, 우리가 방문했던 시각이 11시 30분이라 셧터가 반쯤 닫혀있는 상태였다. 오픈시각까지 기다리느라 골목들을 둘러볼 시간이 있었는데, 가게들 중엔 오픈을 준비하는 가게도, 점심 영업을 막 시작한 가게도, 이미 손님들이 줄을 선 가게도 있었다. 타인의 일상을 엿보는 기분으로 골목을 돌아보다 12시가 되었고, 우리는 첫 손님으로 가게 안으로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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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외관도 그랬지만 내부 인테리어도 여느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법한 레트로한 분위기였다. 따뜻한 재즈음악이 흐르는 가게 안에서는 주인장이 밝은 인사로 맞이해 주었고, 우리도 인사 후 비어있었던 창가 자리에 앉았다. 메뉴판을 보아하니 우리가 상상하는 경양식 메뉴들이 다 있었는데, 오므카레정식(오므라이스에 카레를 소스로 올린 음식, 800엔)과 치킨난반정식(튀긴 치킨에 간장소스와 타르타르소스를 올린 음식, 800엔)을 주문했다. 그리고 정식을 시키면 주문할 수 있는 후식 커피 한 잔씩을 추가했다.(핫/아이스 선택가능 각 100엔). 후식 커피는 음식과 함께 주문할 수도 있었고 식사 후에 따로 주문을 할 수도 있었는데 우리는 식사 후에 입가심으로 마시기로 결정! (식사 후에 커피를 요청하면 식사 그릇을 치우고 가져다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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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단무지는 셀프로 가져다 놓고 음식을 기다리고 있으니 손님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들어온 손님들 중 치킨난반정식을 시키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내가 맛있는 메뉴를 잘 고른 건가 뿌듯함도 느꼈다. 가게 오픈 시각이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금세 가게 안은 손님으로 가득 차고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들까지 생겼다. 역시 오래 영업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가 보다 생각을 하고 있으니 주문했던 메뉴들이 나왔다. 메뉴판에 정식을 주문하면 밥과 미소, 샐러드가 같이 나온다고 쓰여 있기는 했지만, 밥이 이미 들어가 있는 오므카레 정식에도 따로 밥이 나왔다. 그리고 치킨난반정식은 샐러드 위에 큼지막한 치킨 네 조각이 올려져 나왔는데, 소스가 잔뜩 묻어있어 밥이랑 아주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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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갔던 엄마는 오므라이스 카레를 먹으니 옛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하시면서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셨고, 나 역시 치킨난반이 입에 잘 맞아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식사 후 미리 주문한 커피까지 야무지게 마시고 가게를 나왔는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흡연이 가능한 가게라서 오래된 담배 냄새가 배어 있고, 허름한 분위기에 카드 결제도 되지 않는 곳이지만 레트로한 분위기와 현지의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다음번에 가게 된다면 다른 메뉴들도 먹어봐야지.




- 키누가사

5 Chome-2-29 Nishijin, Sawara Ward, Fukuoka, 814-0002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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