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호앙비엣 시청역점>
에어컨 없이는 견디기 힘든 여름 날씨, 마치 동남아에 와 있는 듯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출근은 어김없이 계속해야만 하고, 점심식사도 해야 한다. 늘 먹는 메뉴는 지겨워서 더운 날씨이지만 평소에 가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새로운 곳에 가보기로 했다. 이번에 가보기로 한 곳은 <호앙비엣>이라는 베트남 음식을 파는 가게였다. 프랜차이즈인 것 같은데 이 쪽에 새로 오픈한 것 같았다. 시청역에서 가기에 멀지 않지만 사무실에서는 그래도 꽤 걸어가야 하는 곳. 서둘러 가게를 찾아갔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웨이팅이 있었다. 다들 몇 시부터 점심식사를 하는 건지... 가게 앞 웨이팅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렸는데, 외관만 봐서는 한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베트남 현지에 와 있는 것 같은 분위기의 인테리어, 그리고 베트남어로 된 간판까지. 가게만 놓고 보면 베트남에 여행 온 기분이 들게 했다.
10-15분쯤 기다려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가게 내부로 들어갔은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웠다. 가게 내부라고 해봤자 가게 앞이 전부 트여있었으니 더운 건 당연했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있었지만 더운 날씨에 냉기는 다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정말 베트남 같구나 하고 생각하며 메뉴판에서 먹을 메뉴를 골랐다. 찌는 듯한 더위에 뜨거운 국물에 담겨있는 쌀국수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뜨겁지 않은 메뉴들 중에서 내 눈에 들어온 호찌민식 비빔쌀국수(11,000원). 이 비빔 쌀국수라면 후루룩 먹기가 편할 것 같았다. 기본 반찬들과 소스를 세팅하고 호찌민식 비빔쌀국수를 드디어 마주했다. 국물 없는 쌀국수에 채소와 고기가 담겨있고, 위에는 갓 튀긴 짜조(스프링롤)가 올라가 있었다. 뒤이어 직원이 육수통을 가져다주면서 원하는 대로 넣어서 먹으라고 안내해 주었다.
호찌민식 비빔쌀국수는 다른 양념장 없이 육수를 부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이 났는데, 마치 육수에 쌀국수를 찍어먹는 분짜 같은 맛이 났다. 분짜 소스를 부어서 같이 먹는 느낌이랄까? 예전에 하노이에서 분보남보를 먹은 적 있었는데, 비슷한 맛인 것 같기도 하고. 가리는 것 없는 입이긴 하지만 내 입맛에는 아주 잘 맞았다. 더운 날씨에 뜨거운 국물 쌀국수보다는 훨씬 잘 맞는 메뉴였다. 후다닥 한 그릇을 비우고 가게를 나왔는데, 더운 날씨만 아니었으면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 지나고 더위가 한풀 꺾이면 다시 가게 되려나?
- 호앙비엣 시청역점
서울 중구 세종대로 7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