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아라비아 탑승기
나의 아프리카 여행 경비를 아주 많이 아끼게 만들어 준 '에어 아라비아(Air Arabia)' 탑승 후기. 처음 비행편을 알아볼 때 방콕에서 나이로비로 가는 도중에 샤르자(Sharjah)라는 도시의 공항에서 경유를 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샤르자라는 도시에 대한 정보도 전무한 상태였다. 아랍에미레이츠 안에서도 두바이나 아부다비는 이미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와는 다르게 샤르자라는 이름은 그저 낯설 뿐. 게다가 에어 아라비아 탑승 후기도 많이 없어서 솔직히 탑승 직전까지도 '이거 타도 괜찮으려나?' 하고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좀 오래 된 것이긴 해도 에어 아라비아에 대한 몇몇 후기들이 있긴 했고, 또 한국인들이 승무원으로 지원하기도 한다는 내용들도 있어서 용기를 내어 이용해보기로 한 것이다.
방콕에서 나이로비로 가는 저비용항공사(LCC)로는 에어 아라비아 말고도 인도의 뭄바이를 경유하는 인디고 항공도 있었다. 가격도 비슷하고 경유에 걸리는 시간도 비슷했다. 그러나 도하 공항이나 아부다비 공항에서의 기억을 참고해보자면 기왕이면 인도보다는 아랍에미레이츠가 낫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에어 아라비아를 선택했다. 비행 스케줄은 방콕에서 저녁 6시쯤에 출발해서 샤르자에는 밤에 도착, 그리고 11시간 정도 후에 다시 출발해서 나이로비에는 다음날 오후 1시 20분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반면 나이로비에서 방콕으로 돌아갈 때에는 샤르자에서 경유하는 시간이 1시간 40분 정도로 짧았다.) 나이로비에 갈 때 경유시간이 매우 길었지만, 무엇보다도 처음 가 보는 나이로비에 한낮에 도착한다는 점이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방콕 수안나폼에서 정시에 출발한 에어 아라비아는 LCC 항공사답게 수하물의 경우 따로 비용을 들여 추가를 해야만 하는 구조였다. 비행기에 들고 타는 짐도 게이트 앞에서 다시 무게를 재야만 했다. (반면 나이로비에서 나올 때에는 들고 타는 짐은 무게를 재지 않았다.) 게이트 앞에서 짐 무게가 초과된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추가 금액을 받고 탑승을 시켰는데, 그래도 가족 간이나 일행 간에 무게 합산은 가능했다. 에어 아라비아 를 이용하면서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바로 비행기 그 자체였다. 우리가 탔던 기종은 에어버스 A321 NEO로 에어버스 320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최신 버전이라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비행기가 깨끗하고 상당히 쾌적한 편이었다. 좌석 간의 간격도 좁지 않았고, 방콕-샤르자 구간에는 휴대폰 충전기와 거치대까지 있어서 개인 모니터 없이도 휴대한 기기를 가지고 영상을 보기에 편했다.
기내식은 여느 LCC 항공사처럼 사전에 주문을 하든지 승무원이 지나갈 때 사 먹을 수 있었다. 예전에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기차 안 간식카트처럼 중간중간 지나가니 그때 주문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를 하면 되었다. 결제는 카드로 했는데, 달러 결제로만 가능했다. 나이로비로 갈 때에는 먹을 것을 잔뜩 사가지고 타서 아무것도 사 먹지 않았는데, 나이로비에서 나올 때에는 맥 앤 치즈(6.1달러)와 물(0.9달러)을 사서 먹었다. 어린이메뉴라고 되어 있었지만 비행기 안에 재고만 있다면 어른도 주문이 가능했다. 기내식의 맛은 특별히 맛있지도 특별히 맛없지도 않은 맛. 그래도 가격이 비싸지 않아서 먹을만했다.
처음 타 보는 항공사이고 처음 경유해보는 도시라서 타기 전에 걱정을 좀 했는데, 이용해보고 나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경험이었다. 비록 샤르자에서 경유시간이 꽤 길어서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그만큼 비용을 절약하려면 또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어야 하니까. 다음번에도 에어 아라비아를 이용해야 한다면 아마 난 별 고민 없이 다시 이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