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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의 패스트푸드점?

케냐 나이로비 <Sonford Fish & Chips>

by 미니고래

나이로비 호텔에 무사히 체크인을 했으니, 이제 배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흥적으로 여행을 하는 편인 우리에게 별다른 계획 따위는 없으니 일단은 밖으로 나가 보기로. 그래도 밤이 되면 맥주 한 잔도 해야 하겠으니 지도에서 숙소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현지 슈퍼마켓도 찾아냈다. 먹을 것도 사고 슈퍼에도 들렀다가 호텔로 돌아오기로 했다. 그래서 최대한 짐을 내려놓고 장바구니 하나 달랑 들고 호텔을 나섰다.


케냐에서는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 휴대폰을 조심해야 한다고 들어서, 바깥을 돌아다니는 동안 최대한 휴대폰을 꺼내지 않기 위해 호텔을 나서기 전에 지도를 보며 방향을 대충 익혔다. 그리고 호텔을 나와 미리 익혀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어, 아무래도 방향을 잘못 잡은 듯했다. 호텔 주변으로 길이 몇 갈래로 뻗어있어서, 대로변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다른 뒷길로 나간 것이다. 눈앞에는 내가 예상했던 큰 도로가 아닌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시장통이 나왔다. 길을 잃고 헤매는 건가 싶어서 그 순간 당황스럽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꺼내 지도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럴 정신도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일단은 원래 가야 할 방향만 다시 짐작해서 이리저리 나이로비 사람들에 묻혀 걷고 있던 와중에, 아까 지도에서 찾아둔 슈퍼마켓 발견! 입구에서 짐검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세상에 슈퍼마켓 안에도 사람이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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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사이에서 요기할 거리를 좀 사고는, 맥주를 사기 위해 따로 마련된 한적한 리퀴드샵으로 들어가서야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케냐에서는 술을 파는 곳이 따로 나뉘어 있고, 계산도 별도로 해야 한다. 리퀴드샵에서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전체 물품을 계산해주기도 한다.) 케냐 맥주인 '투스커(Tusker)' 두 캔을 고이 안고, 먹을 것들도 마저 계산하고, 이제 다시 길거리로 나왔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원래 처음에 가려 했던 대로변 길에 나선 그 때 눈에 들어온 식당 하나가 있었다. <Sonford Fish & Chips>이라고 쓰인 간판의 가게였다. 밖에서 기웃거려 보니 치킨이나 감튀 같은 것을 파는 가게인 것 같아 보였다. 무작정 들어가서 직원에서 어떻게 사냐고 물었더니, 가게 안쪽에서 계산을 먼저 하고 영수증을 입구쪽에 있는 주방 구역으로 가지고 오면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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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어 가게 안쪽을 보니 메뉴판과 함께 주문/결제를 하는 곳이 있어서 치킨 반마리를 주문했다. 다른 메뉴들도 궁금했지만 맛이 어떤지 모르니 일단 이것만 주문해 보기로 한다. 치킨 반마리의 가격은 380실링, 우리 돈 약 4천 원 정도. 가게 안에는 이미 꽤 많은 손님들이 앉아서 여기 음식을 맛보고 있었다. 주문한 치킨은 입구쪽에 있는 직원에게 영수증을 주니 그 자리에서 바로 구워진 치킨을 잘라 소금을 뿌려 두꺼운 종이에 고이 싸서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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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날, 슈퍼마켓에서 산 것으로 빈약하게 식사를 해야 하나 하던 찰나에 발견한 따뜻한 치킨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치킨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양은 많지 않았지만 맥주와 함께 아프리카 여행 첫날을 축하하기엔 충분했다. 며칠 뒤에 다시 찾아가서 다른 메뉴들이랑 가게에서 먹어보자고 마음을 먹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결국 다시 갈 수는 없었다. 나중에 다른 손님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이곳이 나이로비에서도 꽤 오래된 치킨집인 것 같았다. 마치 대학교 시절에 자주 가던 학교 앞 식당처럼 친근한 느낌이 들었던 이유가 이것이었던 모양이다. 다시 나이로비에 가게 된다면 또 가서 다른 메뉴도 먹어봐야겠다.




- Sonford Fish & Chips

New East Gate, Moi Ave, Starehe 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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