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나이로비 <지라프 센터(Giraffe Centre)>
아프리카. 이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넓은 초원을 누비는 동물들이 보이는 그런 풍경이었다. 처음 아프리카 여행을 결심했을 때 떠올린 것도 마찬가지로 그것이었고, 그래서 가장 먼저 준비한 일도 사파리 투어를 알아보는 일이었다.(사파리 투어에 대한 이야기는 후일담으로.) 아무튼 사파리 투어라는 게 제법 만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사파리 투어를 하기 전에 가벼운 워밍업도 할 겸 나이로비 적응도 할 겸 시내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지라프 센터>에 가보기로 했다.
예전에 TV에서 호텔 창문으로 기린이 머리를 들이미는 장면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여행 준비를 하면서 알아보는 와중에 바로 그곳이 <지라프 센터> 안에 위치한 호텔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다. 하지만 기린 호텔은 예약하기도 힘들고 더구나 숙박비도 1박에 성수기 기준으로 무려 약 200만 원이나 한다. 투숙하기엔 여러모로 무리가 있으니, 그냥 <지라프 센터>에 방문해서 기린을 보고 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시내에서 볼트를 불러 나이로비 시내 외곽에 있는 <지라프 센터>로 향했다.
이곳은 나이로비 시내에서는 그래도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 우버나 볼트를 타고 약 30-40여 분을 달려 <지라프 센터>에 도착을 했다. 입장료는 사전예약 없이 현장에서 카드로 결제할 수 있었다.(현금은 받지 않는다.) 입장료는 외국인은 1,500실링이고 내국인은 400실링. 그리고 입장료를 결제하고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검사해서 생수병을 비롯한 모든 플라스틱 물품을 압수한다. 그리고 곧바로 손을 씻는 곳이 나온다. <지라프 센터>에서는 기린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손을 청결하게 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 모양이다. 손을 벅벅 씻고 조금 더 센터 안으로 들어가자 드디어 기린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 동물원에서나 보던 기린을 가까이에서, 거기다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까지 할 수 있다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바로 눈앞에서 만나는 기린은 생각보다 아주 컸다. 그리고 또 아주아주 귀여웠다. 먹이는 손에 들고 직접 기린의 혓바닥에 내려놔야 한다고 했는데, 그때마다 느껴지는 기린의 혓바닥 감촉이 까끌하다. 먹이를 받아먹는 데에 익숙한 모양인지 기린은 사람들이 들고 있는 먹이통을 습격(?) 하기도 했고, 여러 사람을 왔다 갔다 하며 먹이를 끊임없이 받아먹기도 했다. 그러다 배가 부르면 초원으로 나가버려 직원이 한참을 불러도 돌아오지 않기도 했다.
좁은 동물원에 갇혀 지내는 모습이 아니라 넓은 초원을 분리해서 만든 보호구역에서 지내는 기린들이 무척이나 자유로워 보였다. (물론 완전한 자연이 아닌 이곳에서 지내는 게 기린에게 행복한지는 인간인 나로서는 모르겠지만.) 더구나 이 날은 나이로비에서의 본격적인 첫날이었기 때문에 넓은 숲과 자유롭게 걷는 기린들을 보니 '내가 아프리카에 와 있구나.' 하는 자각이 제대로 들었다.
기린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이에, 케냐의 꼬마들이 단체로 기린을 보러 들어왔다. 몰려오는 아이들을 위해 잠시 한켠으로 비켜 주려는데, 꼬마 아이 한 명이 나에게 손을 들고는 아장아장 다가왔다. 하이파이브를 하자는 제스처. 그래서 웃으며 인사를 하고 아이와 손바닥을 마주쳐주었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그 뒤로 서 있는 거기 모인 거의 모든 아이들이 줄을 서서 하이파이브를 하러 오기 시작했다. 동행한 선생님은 아이들 통제를 위해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물결은 이미 거세게 흐르기 시작했고 난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손을 들고 있었다. 마치 야구 경기에서 감독이 경기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도 같은 그런 모양새로 계속 서서는 모든 아이들이 지나갈 때까지 손바닥을 마주쳐야주어야만 했다. 조금 당황스롭기도 했지만 그래도 파란색 교복을 입은 케냐의 꼬마들은 무척이나 귀여웠다.
기린에게 먹이를 주고 한참 동안 기린을 보다 센터를 나오는 길, 집으로 돌아가는 꼬마 아이들을 다시 만났다. 버스를 타고 가는 와중에도 손을 흔드는 아이들에게 나도 밝은 얼굴로 다시금 화답해 주었다. 나이로비 <지라프 센터>에서 귀여운 기린과 더불어 귀여운 꼬마들도 만난 귀중한 시간이었다.
- 지라프 센터(Giraffe Centre)
Duma Rd, Nairobi, 케냐
<지라프 센터>는 나이로비 당일 투어 프로그램에서 다른 장소와 함께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만 방문할 수 있는 코끼리 고아원(무한도전에 나왔던 도토의 집)에 방문한 이후, 다음 코스로 <지라프 센터>에 찾아가는 프로그램인 모양이다. 그래서 한적하게 기린을 보고 싶다면 투어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12시 이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가 <지라프 센터>를 보고 나오는 오후 1시쯤이 되자 투어 승객들을 태운 지프차들이 센터 앞에 줄줄이 몰리기 시작했다. 기린을 보고 나오는 길, 간단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와 기념품샵도 있었다. 기념품샵은 관광지답게 비싼 편이었다. 그리고 <지라프 센터> 입구 바로 맞은편 길 건너에는 산책을 할 수 있는 트레일 코스도 마련되어 있으니, 날씨가 좋고 여유가 있다면 그곳을 잠시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