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산로드에서의 베짱이 생활

태국 방콕 <족발덮밥 노점>

by 미니고래

한때 태국 방콕 여행을 한참 자주 가던 시절이 있었다. 사회 초년생 경험을 대차게 한 후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던 그런 시절에, 방콕에서도 카오산로드에 자주 갔던 것이다. 지금이야 번잡한 관광지 같은 느낌이 꽤 강해지기도 했지만 그 당시만까지만 해도 카오산로드는 정말 배낭여행자의 성지 같은 곳이었다.


처음 카오산로드에 갔을 때에는 '이렇게 자유로운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평화롭고 조용한 와중에도 세계 여러 나라 여행자들이 모여있어서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었고, 물가도 정말 저렴해서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심심하면 동네를 산책하고, 배고프면 길거리 음식을 사 먹고, 피곤하면 숙소에 들어가서 잠을 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카오산에서의 그런 유유자적한 분위기에 반한 것이다. 나는 카오산로드 한복판보다는 조금 떨어진 삼센 로드(Sam Sen Rd.) 쪽에 숙소를 잡고 머물며 쉬었다 오곤 했는데, 그 뒤로도 일상에서 힘에 부칠 때면 방콕에서의 베짱이(?) 생활이 생각나곤 했다.


이번에 방콕에 갔을 때 문득 그때의 휴식이 그리워져 카오산로드에 숙소를 잡았다. 마침 아프리카에서 돌아오면서 별다르게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왕이면 방콕에서 좀 쉬자는 느낌으로 며칠 머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콕에서의 휴식이라고 하니, 예전의 그 베짱이 생활을 고래군에게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지막하게 일어나 대충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삼센 로드 골목을 슬리퍼를 끌며 걷다가 눈에 들어온 가게로 밥을 먹으러 들어갔다. (사실 노점이어서 들어갔다고 해봤자 야외였다.) 여기는 할머니 한 분이 운영하시는 작은 족발덮밥 가게. 말은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선한 할머니의 미소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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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잡았다. 손님은 우리 둘 뿐. 조용하고 소박한 가게 분위기가 편하고 좋다. 메뉴판은 참 단출하다. 대표메뉴는 족발덮밥이었고, 그 밖에 쌀국수가 있었다. 우리는 족발덮밥(50바트) 두 개와 쌀국수(50바트) 하나를 주문했다. 할머니는 우리가 주문한 메뉴를 준비하러 가셨다. 노점인데다 날씨도 더웠지만 그래도 그늘인데다가 우리가 테이블에 앉자마자 할머니께서 선풍기도 틀어주셔서 방콕의 낮 치고는 그럭저럭 쾌적한 편이었다. 패스트푸드점인 마냥 주문한 음식들이 금방 나왔다. 일반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가는 식당에 비해 양도 푸짐하다. 족발덮밥 한 입, 쌀국수 한 입을 하자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특히 고래군은 맛있음을 참지 못하고 할머니께 연이어 엄지 척! 할머니도 마치 소녀처럼 수줍은 표정으로 기뻐해주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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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신없이 주문한 음식들을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문득 기뻤다. 나는 예전의 카오산로드가 생각이 나서, 고래군은 음식이 맛이 있어서. 서로가 다른 기쁨이었지만 분명한 것은 둘 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는 것이었다. 다 먹고 가게를 나오면서 다음에 카오산에 오면 꼭 반드시 다시 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 족발덮밥 노점

57 Sam Sen Rd, Ban Phan Thom, Phra Nakhon, Bangkok 10200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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