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도쿄 국립신미술관(NACT)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는 우리에게는 일본을 대표하는 번화가인 ‘롯폰기 힐즈’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롯폰기(六本木)라는 지명은 ‘여섯 그루 나무’를 뜻한다. 전해지기로는 이 일대에 아주 오래된 느티나무 여섯 그루가 있어서 생긴 이름이라고도 하고, 다르게는 과거 에도 시대에 이곳에는 다이묘(영주) 가문 여섯 개의 저택이 있었는데 각각의 가문 이름에는 ‘木’라는 한자가 들어가거나 나무 종류의 한자가 들어가 있어서 붙게 된 지명이라고도 한다.
도쿄에는 2007년에 문을 연 ‘국립신미술관(国立新美術館)’이 있다. ‘The National Art Center, Tokyo’라는 영문명의 앞글자를 따서 ‘NACT’라고 부르기도 한다. 2개 층에 여섯 개의 대형 전시장을 가지고 있으며, 그밖에도 예술 도서관, 강의나 소규모 전시 등을 위한 다목적 공간, 아트 샵, 그리고 근사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있다.
NACT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곳은 2층에서 다리를 통해 연결되어있는 카페 ‘살롱 드 테 론드(Salon de Thé ROND)’이다. 동그란(“Rond”) 모양의 차(“Thé”)를 마시는 살롱이라는 뜻의 이 카페는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2016)에서 주인공 ‘타키’가 자신이 짝사랑하는 ‘오쿠데라 선배’와 데이트하는 장면의 배경이 되면서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NACT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쿠로카와 키쇼(黒川 紀章)가 설계했다. ‘국립신미술관’ 건축물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앞서 명소로 소개했던 2층에서 연결되는 카페, 그리고 3층에서 연결되는 레스토랑이다. 이것은 로비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뒤집힌 원뿔 형태의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 위에 있어서, 미술관의 2층이나 3층에 있는 전시장 복도와 공중 다리로 연결된다. 이러한 구조는 3층 레스토랑이나 2층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로비 허공에 떠 있는 원반 위에 올라가 있는 부유감을 느끼게 만든다.
NACT를 찾아온 사람들은 롯폰기 일대의 전망을 여러 장의 사각형 유리창의 연속으로 구성되는 커튼같은 외벽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특히 2층 카페나 3층 레스토랑에 가게 되면 조망의 범위가 더욱 넓어지면서 풍경 이미지의 규모가 점점 거대해지게 된다. NACT 주변으로는 공원 같은 녹지가 조성되어 있다. 따라서 뒤집힌 원뿔 기둥 위에 올라가게 되면, 허공에 떠 있는 근사한 공간에 앉아서, 미술관 외벽 너머로 펼쳐지는 일대의 풍경, 즉 조용하고 평화로운 공원과 그 너머로 연결되는 롯폰기 힐즈의 현대적인 도시의 공간 이미지를 여러 장의 분절된 그림처럼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국립신미술관’ 건축물에서 가장 인상적인 두 번째 부분은 NACT를 감싸고 있는 세계를 마치 그림처럼 감상하게 만드는 ‘유리커튼외벽’이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미술관과 그 바깥의 세계 사이를 분할하는 경계로 작동한다. 벽 내부인 이쪽은 ‘미술관’이고 외부인 저쪽은 ‘세계’라는 관념을 생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안쪽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관람객 주체의 ‘응시’가 관여하면서부터, 유리커튼외벽은 미술관 내 주체와 세계 사이를 중개하는 매체(midium)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미술관 내 주체가 바라보는 이미지는 세계 그 자체가 아니라, 수백 장의 ‘유리 평면’이기 때문이다. 세계에 대한 인식은 주체가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유리 평면’에 의해 수행된다.
쿠로카와 키쇼는 ‘유리커튼외벽’을 통해 ‘미술관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기도 하다. 유리커튼외벽은 수많은 평면의 결합을 통해 곡면을 조성한다. 각각의 평면은 프레임에 담긴 이미지라는 점에서 전시관의 벽에 걸려 있는 회화를 상징한다. 그 안에 담긴 이미지는 풍경화나 인물화 같은 구상화적인 것이지만, 분절되고 왜곡되어 유동하는 이미지라는 점에서는 추상화적 성격도 함께 가지게 된다. (여기서 ‘왜곡’은 유리의 굴절률과 물성에 의해 빛의 형태가 달라진다는 점을 의미한다.)
수많은 회화(繪畵)들이 서로 맞닿고 쌓여서 구성하는 전체적 이미지는 ‘NACT를 감싸고 있는 세계’를 지시한다. 그것은 도쿄의 지금이라는 시공간과 거기에 거주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은유이며, ‘도시의 역사/주체의 기억’이 현재의 시공간 대해 가지는 관계에 대한 은유이다. 쿠로카와 키쇼의 ‘유리커튼외벽’은 ‘세계와 그림(회화) 사이의 관계’로 나타나는 ‘NATC라는 매체’를 표현하는 것이다.
도쿄의 ‘국립신미술관’은 작품을 구매하고 소장하지 않기 때문에 ‘museum’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대신 끊임없이 새로운 기획전시와 예술 관련 이벤트를 마련하고, 예술 관련 자료와 서적을 접할 수 있는 전문 도서관을 운영함으로써 ‘Art Center’로 분류된다.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쿄의 ‘국립신미술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건축물을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설령 예술에 큰 관심이 없다 해도 번잡한 도쿄의 일상이나 여행에 지친 사람이라면 ‘국립신미술관’은 훌륭한 휴식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