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와 고오급 예술 사이에서

무라카미 타카시와 ‘카이카이 키키 갤러리’

by 미니고래

도쿄 ‘카이카이 키키 갤러리(Kaikai Kiki Gallery)’에서 2025년 12월 19일부터 2026년 1월 29일까지 《JAPONISME → Cognitive Revolution: Learning from Hiroshige》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되고 있는 무라카미 타카시의 작품들은 2025년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같은 제목으로 전시되었다가, 현재는 도쿄에 전시가 진행 중인 것이다. (‘카이카이 키키’는 무라카미 타카시가 설립한 종합 예술 기업으로, 도쿄와 뉴욕과 LA에 법인을 가지고 있다. 카이카이 키키 갤러리는 도쿄 사무실 지하에 있다.) 전시되는 것은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 회화 양식인 ‘우키요에(浮世絵)’의 이미지에 귀여운 캐릭터를 숨겨놓은 작가 특유의 팝아트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전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일종의 ‘유쾌한 배덕감’ 같은 것이다. 관습이 고정되어 있고 규율이 확정되어 있는 일본전통회화(우키요에)의 문법을 통해, 고상힌 예술계와 근엄한 비평계가 애써 외면하는 오타쿠적 일본성을 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누아르, 마네, 고흐 등으로 대표되는 프랑스 인상주의(Impressionnisme)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우키요에’는 세계 미술사 내에서 일본의 고유한 예술성을 제고하고 위상을 확립하는 대표성을 가진다. 무라카미 타카시의 팝아트 작품은, 그러한 ‘우키요에’의 이미지 위에 장난스럽게 망가 캐릭터를 덧입힘으로써 ‘우키요에’를 의도적으로 전용(轉用, abusing)함으로써 아우라(aura)를 해체한다. 기성 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거부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무라카미 타카시의 팝아트 작품은 유럽의 68세대가 향유했던 히피(Hippie) 정신을 현대적이고 일본적으로 재해석한 것이기도 하다. ‘유쾌한 배덕감’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가인 무라카미 타카시(村上 隆)는 전 세계 동시대예술(contemporary art)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아니메와 망가를 좋아하는 여느 일본의 청년이었던 그는, 동경대 예대에서 일본화(일본 전통 회화)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일본의 동시대예술이 미국과 유럽의 트렌드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가장 일본적인 문화적 요소인 아니메-망가 스타일 그래픽, 그리고 우키요에를 비롯한 일본 전통 회화의 적극적인 결합을 시도했다. 또한 그는 지금 시대 예술의 가장 첨예한 매체로서 대중매체에 관심을 가졌다. 패션, 아니메(アニメ, 애니메이션), 루이비통 광고와 같은 상업적 예술 매체에서까지 폭넓게 활동하면서, 칸예 웨스트 같은 뮤지션이나 호소다 마모루 같은 애니메이션 감독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수퍼플랫(Superflat)’은 무라카미 타카시에 의해 시작된 포스트모던 예술 운동이다. 그는 아니메와 망가, 전통 회화를 포함하는 일본 예술이 가진 특유의 다양한 ‘평면성’, 그리고 일본 전반에 걸쳐 폭넓게 자리잡고 있는 ‘일본 소비 문화의 얕은 공허함’을 양가적으로 지칭하는 느슨한 용어로써 ‘수퍼플랫’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 용어는 때로는 현대 일본 사회의 물신주의적 소비문화에 대한 비판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일본 특유의 성적 페티시즘과 욕망에 대해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그로데스크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정의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무라카미 타카시는 정말 엄청나게 다양한 매체를 통한 작업을 선보인다. <Hiropon>(1997)이나 <My Lonesome Cowboy>(1998)처럼 일본 문화에서 도착적으로 표현되는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조각 예술이 있고, 호소다 마모루(細田 守)와 협업해서 제작한 루이비통 광고 <Superflat Monogram Film>(2003) 같은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도 있다. (무라카미는 루이비통과의 후속작으로 <Superflat First Love Film>(2009)도 제작했다.) 의류나 신발 등의 상품을 디자인하기도 하고, 여러 나라의 뮤지션과 협업하여 앨범 커버나 뮤직비디오도 제작한다.


무라카미를 대표하는 아이콘은 ‘Superflat Flower’라고 불리는 웃는 표정의 꽃 이미지이다. 그는 ‘수퍼플랫 플라워’ 이미지를 루이비통이나 슈프림(Supreme) 같은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이번 전시에서와 같이 팝아트를 비롯한 작품을 통해 다양하게 변주하거나, 빌리 아일리시나 뉴진스 등과 협업한 뮤직미디오나 앨범 커버 등에도 활용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수많은 이미지들 사이에서 무라카미 특유의 독특한 웃는 꽃 이미지를 탐색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하위 문화로 치부되는 ‘오타쿠’와 고급 예술로 정전화되는 ‘일본화’ 사이를 횡단하는 무라카미 타카시 특유의 관점은 우리를 유쾌하게 웃게 하면서도 여러 고민을 하게 만든다.




- 카이카이 키키 갤러리(Kaikai Kiki Gallery)

일본 〒106-0046 Tokyo, Minato City, Motoazabu, 2 Chome−3−30 MOTOAZABU CREST BUILDING B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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