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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힐 Sep 09. 2020

[영화] 그린북 : 모순된 세상 속 흑백 콜라보

피터 패럴리 감독/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출연

너무 재밌게 본 영화 <그린북>. 침대에 누워서 보다가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쳤다. 훈훈한 영화라고 하기엔 그 무게감과 예술미를 표현하지 못하는 거 같고, 멋진 예술 영화라고 하기엔 그 안의 따뜻함과 소소한 위트를 표현하지 못하는 거 같아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멋지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영화(?)라고 적어본다.

바닥부터 시작해 거칠게 살아온 웨이터 토니 (이탈리아계 이민자 백인), 고급스럽고 우아한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흑인). 너무 다른 두 남자가 함께 떠나는 미국 남부 로드 여행기. 인종 차별과 거칠기로 소문난 남부를 투어 하면서 두 남자의 다른 세계가 하나의 세계로 합쳐진다.


다름의 시선


토니는 자신도 알게 모르게 흑인 차별을 하고 있다. 본인도 이민자이고, 차별을 당하는 자이면서... 언젠가부터 자리 잡힌 흑인 경멸 의식으로 세상을 대한다. 다니던 가게가 잠시 문을 닫게 되자, 그는 새로운 일을 구하다가 돈 셜리 박사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게 된다. 흑인인지 모르고 면접을 보러 왔다가 당황하는 토니. 결국 돈 셜리 박사의 운전기사로 채용된다. 돈 셜리는 천재적 재능으로 명문 학교를 졸업했으며 고급 교육과 고급 생활방식을 배워온 엘리트이다. 흑인이라는 아킬레스건만 빼곤 완벽한 천재 피아니스트다. 출신, 교육, 취향 어느 하나 맞는 것 없는 서로 다른 이들의 동행이 시작된.


다름의 이해


토니는 돈 셜리의 운전기사를 하면서 누구보다도 더 가까이 인종차별의 현장을 마주하게 된다. 도로에서 흑인을 야유하는 사람들, 흑인 금지 식당, 호텔 등등 닿는 곳마다 이해하기 힘든 흑인 차별을 본다. 본인도 차별을 해왔지만 어느 순간 돈 셜리 편에 서서 차별하는 사람들, 차별하는 세상에 분노한다. 돈 셜리는 다소 거친 토니의 세계를 알아가고 배워나간다. 평범한 이들의 문화, 음식, 음악을 즐기기 시작한다. 이 둘은 남부 투어를 하면서 때로는 토니와 같이 과감하게, 때로는 돈 셜리와 같이 우아하게 역경을 헤쳐나간다.

성질 피운 보람은 있나요?
난 평생 그런 대접을 받아왔는데...
당신은 하룻밤도 못 참아?
폭력으로는 못 이겨요, 토니
품위를 유지할 때만 이기지
품위가 늘 승리하는 거요
오늘 밤, 당신 덕에 우린 졌어요
- <그린북> 돈 셜리 대사


다름의 역설


화면 안의 반전의 반전의 씬들이 참 재밌었다. 백인과 흑인의 동행. 차별받는 흑인이지만 고급지고 우아한 성품, 차별하는 백인이지만 가볍고 경박한 성품. 흑인 피아니스트의 음악은 함께 즐겼지만 그와 함께 음식은 먹을 수 없는 백인 전용 공연장, 흑인 문화에 동요되지 못하는 흑인, 엘리트 문화에 닿을 수 없는 하층민 백인. 글을 알려주는 흑인, 글을 배우는 백인 등등 인종 차별하는 세계 속은 모순과 모순, 반전의 반전, 아이러니와 아이러니가 가득했다. 도대체 누가 누굴 위해 차별하는 것인가. 흑인 전용 가이드북 '그린북' 또한 다름의 역설이다. 돈 셜리는 그 가이드 안에서 안식할 수 없었다.

나는 평생을 브롱스에서 살았어요
내 부모님, 형제들, 이젠 아내랑 아들과 같이-
그게 나라고
매일 식구들 먹여 살리려고 바둥거리는 사람은 나고
거물 선생님, 당신은 성 꼭대기에 살잖아!
부자들 상대로 공연하느라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난 거리에서 살고 당신은 왕좌에 앉아 있지
당연히 내 세상이 당신보다 더 흑인스럽지

그래, 난 성에 살아, 토니! 혼자서!
돈 많은 백인이 피아노 치라고 돈을 주지. 문화인 기분 좀 내보려고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그 사람들한텐 나도 그냥 깜둥이일 뿐이야
그게 그들의 진짜 문화니까
그런데 하소연할 곳도 없어
내 사람들도 날 거부하거든
자신들과 다르다면서!
충분히 백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흑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남자답지도 않으면...
난 대체 뭐죠?
- <그린북> 토니와 돈 셜리 대사


다름의 연합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 부각돼 보이는 것이 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것을 알려주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즐거웠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지켜줄 수 있었다. 서로의 다름 안에서 수많은 선입견이 무너졌을 때, 그 속의 무지와 부끄러움이 드러나고 이해와 포용이 깃든다. 우리가 한 편이라는 걸  알게 되면 부수적인 것들에 방해받지 않는다. 신뢰로 손을 잡고 연합을 일궈낸다. 토니와  셜리의 동행이 참 아름다 보였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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